최근 대학 캠퍼스에 혼자 공부하고, 혼자 밥 먹고, 혼자 놀고, 혼자 수강 신청하는 학생들이 많아졌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은 거리의 카페나 레스토랑등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젊은 직장인들에게서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한 것이다. 이들을 일컬어 ‘나홀로 족’ 또는 ‘싱글족’이라고 부른다. 오늘의 우리 사회가 만들어 낸 신조어다.

그런데 이러한 일은 필자가 일찍이 일본 유학 시절에 보았던 현상이기도 하다. 슈퍼마켓에서 큰 과일 특히 수박은 반 쪽, 또는 사분의 일 쪽, 또는 그 보다도 작게 잘라 판매하고 있었던 것을 본 일이 있다. 그 당시에는 일본인의 상술로 치부하였으나, 그 배경에 나홀로 족이 있었던 것이다.

또 여행사마다 젊은 직장 여성들을 대상으로 해외여행 상품을 앞 다투어 판매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경제적으로 여유를 얻은 젊은 직장 여성들이 결혼을 미루고 자기만의 삶을 즐기려는 욕구가 있었는데 그에 부응한 상품이었던 것이다. 이처럼 나홀로 족은 시장 경제마저 변화시키고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이 오늘 우리 사회에도 널리 퍼지고 있다. 그 주된 원인은 남에게 간섭 받기 싫어하는 젊은이 특유의 기질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여럿이 함께 생활하면 자신의 자유가 제약 받기 쉽고, 또 상호 간의 의견 조율도 번거롭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급변하는 사회와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여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하는, 요즘 젊은이들의 고뇌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여럿이 함께 행동하면 취업 준비나 자신만의 공부 스케줄이 틀어질 수가 있고, 시간의 효율적 사용이 어렵게 된다. 여기에서 혼자가 편한 것이라는 결론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 밖에도 급변하는 사회와 함께 다양화하는 개개인의 기호나 취미, 팽배해지는 개인주의와 이를 돕는 MP3나 노트북 등 디지털 가전기기의 보급 등을 그 원인으로 들 수도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나홀로’ 현상의 양면성을 본다. 그러나 필자는 나홀로 족의 문제점보다는 오히려 ‘패거리 족’이 가지고 있는 그것이 보다 심각하다고 본다. 사회 현상은 차치하고 대학의 본령은 학문 연구에 있으며, 그것은 패거리가 아닌 고독한 등대의 역할과도 같은 덕목을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홀로 족의 증가 현상은 향후 더욱 현저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언론이 통계청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의하면, 2000년 226만 가구였던 1인 가구가 2005년에는 267만 가구였고, 2020년에는 389만 가구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젊어 한 때 나홀로 족으로 만족하며 살아 갈 수는 있겠지만 영원히 가능한 일은 아니다. 외부와 단절된 폐쇄된 공간에 틀어박혀 자기만의 생활을 영위하는 일본의 ‘히키코모리’와는 차원이 다르지만, ‘나홀로’가 지나쳐 ‘히키코모리’로 발전해서는 안될 것이다. 남과 더불어 살아 가는 것이 일견 불편하고 비효율적으로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먼 앞날을 위해 손해보는 생활도 경험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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