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자율과 대학의 역할 절충안 마련돼야

이번 학과편제 및 정원조정의 일환으로 폐과 대상학과를 선정하는 데 학교 측은 1학년을 제외한 학과 정원 대비 재학률을 주요지표로 삼았다. 사실 비인기학과의 재학생이 점차 줄어드는 데에는 우리학교의 자유로운 전과제도의 영향이 크다.

우리학교의 전과제도는 2학년 말 1회만 신청할 수 있었던 것에서 지난해 3월, 2학기 말부터 5학기 말까지 신청가능기회를 4차례로 늘리고, 평균 학점 2.5 이상이라는 성적제한과 학과지도교수의 승인 절차를 없애면서 기회가 대폭 확대됐다. 현재 우리학교와 서울대, 연세대 등 전과제도를 시행하는 대부분의 대학은 재학 중 전과를 단 한번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신청기회에서는 타 대학의 경우가 대부분 1~2회에 그치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학교의 전과제도는 매우 자유로운 편이다.

이에 대해 임호일(독어독문학) 교수는 “전과 신청이 가능한 시기가 확대되면서 예전 같으면 2학년 말에 잠시 어수선했던 분위기가 매 학기마다 반복되고 있다”며 “인기학과로 전과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비인기학과에 남아있는 학생들은 자신이 낙오자라는 열등의식을 갖게 돼 전공공부에 전념하는 것이 어려우며 이러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의 의욕을 저하시킨다”며 자유로운 전과제도에 대해 난색을 표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전과기준을 완화한 데에는 정작 학과 공부에 적응을 하지 못해 전과를 해야만 하는 학생들이 부진한 출석률 등으로 성적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전과가 불가능한 경우를 구제하기 위한 것”이라며 “전과 신청 시기의 확대도 학생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넓혀주기 위한 의도의 연장선”이라고 밝혔다.

현재 우리학교 11개 단과대학 중 전출 학생 수가 많은 곳으로는 불교대, 문과대, 생명자원과학대를 꼽을 수 있다. 불교대와 문과대가 취업과는 거리가 있는 인문학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경제·경영 관련 학과로 전과를 선호하는 반면, 자연계열인 생명자원과학대의 경우 교차지원으로 입학한 인문계열 학생들이 전공에 적응하지 못하고 전출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황민철(불교4) 불교대 부학생회장은 “원래 학과에 남아있는 학생들의 경우 타 학과로 전공을 변경하는 학생들의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원망의 마음도 없지 않은 것 같다”라고 했다.

정작 전과제도를 직접 겪게 되는 학생들은 전과제도를 어떻게 생각할까? 타 학교에 비해서 자유로운 제도에 대한 염려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현행 제도에 대해 만족하는 편이다. 이민정(국제통상3) 양은 “다른 학과에서 전입해오는 학생들도 많고 전출하는 경우도 있지만 학생이 원하는 학과로 옮겨 공부할 수 있는 점은 만족스럽다”라고 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번 학기 문과대에서 사범대로 전과한 한 학생은 “나 역시 전과를 했고 연계전공이 미흡한 우리학교에서 전과제도는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외부에서조차 우리학교의 지나치게 자유로운 전과제도가 부각되는 것은 학교 이미지에도 바람직하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어떠한 대안이 필요할까?

서울대와 성균관대 등은 신입생 선발 시 학부로 모집하는 단과대의 비인기학과 정원 중 일부를 입학 후 학적변경이 불가능한 ‘전공예약제’로 운영해 인문학 및 비인기학과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학교도 불교대에 한해서 수시 2학기 모집 때 ‘불교계추천전형’으로 선발한 학생의 전과를 금지하고 있다. 학생의 선택기회를 넓혀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학문을 추구해야하는 대학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전과제도를 없앨수는 없지만 입학정원의 일부에 한해 전공변경을 제한하는 등의 절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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