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동국발전 꾀하는 학제개편 고민 기대

한 대학의 질을 평가하는 잣대는 무엇보다도 그 대학의 교수가 얼마나 양질의 연구업적을 쌓고 우수한 학생을 양성 및 배출하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 동국대학교의 전과제도는 이러한 대학의 사명을 무력화시키는 제도이다. 우리대학의 전과제도가 지니고 있는 문제점을 간략하게 짚어보면 아래와 같다.


우선 우리대학의 전과제도는 다른 학교들과는 달리 2학기말, 3학기말, 4학기말, 5학기말에 걸쳐 총 4회의 전과를 허용할 뿐 아니라, 전입 및 전출 학생비율도 150%를 허용하는 전무후무한 제도이다. 이러한 전과제도는 우선 학생을 기만하고, 학생이 자신을 기만하게 하며, 나아가 학문을 기만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는 동국대학교에 입학한 학생들로 하여금 애초부터 자신이 지망한 학과보다는 세칭 인기학과에 눈독을 들이게 만든다. 다시 말해 이 제도는 학생이 1차 지망한 학과를 인기학과로 전과하기 위한 ‘전초기지’로 생각하게 만든다. 학생들에게 정도(正道)를 가르쳐야 할 대학이 학생들을 오도(誤導)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108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목하 진행 중인 동국대학교의 구조 조정안에 의하면 이와 같은 비교육적 전과제도로 인해 재학생이 줄어든 학과가 구조조정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것도 2006학년도 2학기와 2007학년도 1학기라는 단 1년간의 수치를 근거로 해서 말이다. 일반 기업체에서도 어떤 부서를 정리할 경우 몇 년간의 실적을 두고 폐쇄여부를 결정하거늘, 백년대계를 세워야 할 대학이 이렇듯 졸속적으로 학과의 운명을 결정해서 되겠는가!


그것만이 아니다. 이번 구조조정계획은 기만성마저 엿보인다. ‘108프로젝트’에 의하면 구조조정은 “학생 재학률, 취업률, 교육프로그램 혁신노력” 등 몇 가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후 “학내논의(해당학과 참여)”를 거쳐 이루어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구조조정은 전적으로 중도포기율만을 근거로 해서 획책되고 있다.


이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구조 조정안에 의해 희생되는 학과와 학생 수가 가장 많은 대학이 문과대학이다. 학교당국은 금년도 서울캠퍼스의 구조조정인원 총 110명 중 60명, 즉 과반수를 문과대학에서 차출하겠다고 한다. 동국 100년의 중추 문과대학이 시장논리의 칼날에 난도질당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우리학교의 문과대학은 학교당국이 그토록 강조하는 경쟁력에 있어서도 그 어느 대학에 뒤지지 않는다. 동국대학교의 대외경쟁력이 30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상황에서도 문과대학의 경쟁력은 10위권을 고수해 왔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다시 한 번 냉철히 짚어 보아야 한다. 어떤 것이 진정 동국의 발전을 위한 길인지. 비교육적 전과제도와 비합리적 구조조정은 즉각 폐기되어야 한다!


임호일
문과대 독어독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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