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레 마을’ 탐방기

지난 4월 28일, 학교 중앙도서관을 통하여 춘천에서 열린 김유정 문학제 문학 기행에 참가했다. 올해 5번째로 열리는 김유정 문학제는 김유정의 고향인 강원도 춘천시 ‘실레 마을’을 배경으로 진행된다.‘실레 마을’은 김유정이 일생 대부분을 보낸 곳이다. 그 곳에는 김유정 문학관이 있어 김유정 작가의 일대기, ‘문장(文章)’이라는 옛 문예 잡지, 그가 사랑했던 여성들의 소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실레 마을은 그저 단순한 작가의 옛 터전이 아니었다. 김유정의 작품 세계에 소재를 제공하고 배경이 되어 준, 마을 자체가 작품의 산실(産室)이었다. 혹시 ‘봄봄’의 무지막지한 심술보 봉필 영감을 기억하는가? 마을 가운데 잣나무 숲으로 들어서면 봉필 영감이 살았던 마름집이 있다. 점순이가 크면 성례를 시켜준다는 빌미로 ‘나’에게 일만 부려먹는 봉필 영감의 거드름피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 참고로 ‘봄봄’의 봉필 영감은 김유정이 살던 실레 마을에 실제로 있었던 인물을 각색한 것이라 한다. ‘봄봄’뿐만 아니라 김유정의 대표작 12편이 이곳 실레마을을 무대로 한 작품들이었다. 마을에 머무는 동안 점순이, 응오·응칠 형제 등의 소설 주인공을 만나는 기분이 들었다.


김유정 문학촌 생가 뒤편에 금병산이라는 산맥이 있는데 그 능선을 따라 거닐면 작가 김유정의 작품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질 것이다. ‘봄봄길’, ‘동백꽃길’, ‘만무방길’처럼 소설 제목에서 따온 등산로가 실레 마을을 방문한 이들의 발걸음을 소설 속으로 풍덩 빠지게 한다.


이곳 실레마을은 작가의 생가가 있고, 마을 전체가 작품의 무대가 되는 살아있는 문학 기념관이다. 전국의 많은 문학기념관 중 유일하게 촌(村)자가 붙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김유정 문학제에서는 산문 백일장, ‘동백꽃’에 나온 닭싸움 재현, 소설 낭송대회 등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고 있었다. 여행 일정을 넉넉하게 잡아 문학제를 충분히 즐겼음하는 여운이 남는다. ‘봄봄’과 ‘동백꽃’의 소설 분위기는 해학적이지만 실제 김유정의 삶은 그렇지 않았다. 집안의 몰락, 폐결핵 투병, 생활고 그리고 사랑의 실패. 좋은 일로만 가득찬 생애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해학적 작품을 남긴 데에는 고향 실레 마을이 큰 힘이 된 것 같다. 삶에 지치고 안정을 얻고 싶을 때, 실레 마을을 방문하는 것은 어떤가 싶다. 수려한 자연 풍광이 마음을 편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김유정 작품 세계를 겪을 수 있다는 셀렘이 있기 때문이다.


장윤희(사범대 국교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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