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인문학 영역 지문 제시와 교과서 내용 응용

2008학년도 대학 입시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과 일선 교육현장의 교사들은 <통합교과형 논술>이라는 새로운 입시 환경에 직면해 있다. 특히 수능과 내신과 논술을 같이 해야 하는 수험생들의 어려움은 더욱 크다. 우리 신문사에서는 입학처와 공동 기획으로 동국대학교 통합논술 준비와 관련한 기획물을 올 한 해 동안 연재한다. 편집자

글 싣는 순서
1. 동국대 통합논술, 이렇게 출제하고 평가한다.(윤재웅 교수)
2. 인문계 모의 논술고사 해설 및 답안 분석(윤재웅 교수)
3. 자연계 모의 논술고사 해설 및 답안 분석(성정석 교수)
4. 나는 논술고사 이렇게 준비했다.(인문계 신입생)
5. 나는 논술고사 이렇게 준비했다.(자연계 신입생)
6. 논술고사 이렇게 준비하세요.(인천대건고 논리학 교사 주영기)

 통합교과형 논술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지문이 제시되었다. 교과서 내용, 신문기사, 백과사전, 그림, 고전 등에서 총 9개의 제시문을 뽑고 5개의 문항을 만들었다. 우선 예년에 비해 제시문과 문항이 많아진 점이 두드러진 특징이다. 그리고 개별 문항들이 인문학의 주요 영역 및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인문학 내부의 영역을 확장한 것도 특색이다. 예컨대 이번 인문계 모의 논술고사에는 경제, 환경, 민속, 스포츠, 문학 영역 등에서 골고루 지문이 나왔다. 한편, 전체 5문항 중 자연계열 내용을 다루는 문항이 포함된 것도 이채롭다.

1,2번 문항의 지문은 사회교과서의 경제 관련 주제를 다루고 있다. 여기에 기본급과 성과급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최근 신문기사의 내용을 추가하여 경제 현안에 대한 교과서적 지식과 실물경제에서 드러나는 문제를 연관시킬 수 있는 능력을 검증하고자 했다. ‘임금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결정되고 시장에서 자유롭게 결정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리카르도의 견해와 ‘노동자의 피해를 막기 위해 노동조합을 결성하여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밀의 견해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것을 실제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응용능력을 평가해보자는 게 출제의 의도이다. 특정한 실제 상황에 맞는 경제이론의 적용 능력을 평가하는 2번 문항의 경우, 오답자가 의외로 많았으며 따라서 문항별 취득 점수도 가장 낮았다. 모의고사 응시자들이 시장경제원리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3번 문항은 환경학의 고전으로 알려진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과 현대경제학의 실용 지침서로 평가받고 있는 피터 드러커의 ‘단절의 시대’에서 제시문을 발췌해서 두 인용문 사이의 차이점 분석을 요구하는 경우이다. 1960년대의 개발국가적 배경 하에서 ‘현재의 편익을 위해 장래의 문제를 생각하지 않고 환경에 인위적 조작을 가하는 경우’와 2000년대의 새로운 인식을 바탕으로 하여 ‘지속가능한 안전성의 확보를 위해 현재의 편익을 자제하는 경우’를 비교하는 것이다. 환경문제의 시대적 변화 양상에 주목하고 그 변화의 의의를 논리적으로 기술하는 능력을 평가하고자 하는 문제이다. 응시자들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경우이다. 지문의 요지와 논점에 대한 이해도가 주요 평가요소인데, 이런 부분은 대체로 준비가 잘 된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윷판의 모양                                                               윷판과 말

 

 

 

 

 

 

 

 

4번은 서로 영역이 다른 3개의 제시문 사이의 공통된 이야기 구조를 찾는 문항이다. 윷놀이와 야구와 서양의 고전문학인 호머의 ‘오디세이’ 사이의 구조적 연관성을 찾는 게 관건이다. 다양한 이야기 양상들로부터 통합적인 주제를 찾는, ‘숨은 그림 찾기’와 같은 문제이다. 여러 영역이 융합해 있지만 단일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을 찾고, 그 구조의 성격과 특성을 규명해야 한다. 결국 문제 발견능력과 문제 해결능력을 평가하려는 문항이다. 난이도도 있고 배점도 높아서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수험생들이 가장 점수를 얻지 못한 문제 영역으로 분석되었다. 주요 평가기준은 1. 이야기의 순환구조 인지, 2. 이 구조적 특성이 모든 제시문의 공통특성임을 강조, 3. 한 제시문을 중심 이야기로 삼되 다른 제시문들은 중심 이야기를 보강하는 사례로 활용하는 전개방식 등이다.

5번은 영역 전이를 확실하게 하여 통합교과형 논술의 특성을 잘 살린 경우이다. 로얼드 호프만의 ‘같기도 하고 아니 같기도 하고’에서 뽑은 지문은 화학물질에 대한 일반인의 편견을 바로잡고 화학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촉구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문항은, 제시문의 내용을 파악하여 편견과 이해 사이의 차이를 기술하는 것이다. 취득 점수가 중간 정도의 수준이었다. 인문계 응시자들로서는 낯선 지문일 수 있으나 난이도를 조정함으로써 응시자들의 부담감을 줄여주었다.

이상, 이번 모의논술의 특성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다양한 지문, 영역의 전이와 융합, 교과서 내용 이해와 그것의 실제 응용 등이 두드러졌다. 이는 다양한 사고능력을 측정하고자 하는 출제 의도가 잘 드러난 것으로 보면 된다. 난이도는 중간 정도의 수준이었으며 문제 해결에 필요한 사고 능력은 평상시의 학교공부로도 가능한 수준에 머물 수 있도록 배려했다.

모의고사 문제 설계에서 보완할 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문항 수가 늘어나고 다양한 지문이 소개되기는 했지만, 제시문간 혹은 문항들간 상호 연관성과 조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 자체 평가인 만큼 실제 논술에서 보완될 것이다. 다양성 가운데의 일관성과 조직성을 세밀하게 갖추어 나가는 데 비중을 둔다는 뜻이다. 또한 창의적인 문제해결능력을 측정할 수 있는 문항 개발이 더욱 적극적으로 요구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덧붙일 말이 있다. 설문조사 및 응시자들의 답안을 채점한 결과 흥미로운 점들이 발견되었다. 사설 논술학원 수강경험이 본교 논술 모의고사에 도움이 되었다고 응답한 학생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응답한 학생보다 4배수 많은 52.7%에 이르렀다. 그러나 실제 모의고사 논술 성적 결과에서는 사설학원의 수강경험이 모의고사에 도움이 되었다고 응답한 학생들(평균 63.55점)보다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응답한 학생들의 점수가 더 높게 나왔다(평균 75.85). 이로 미루어보면, 이번 모의고사는 사교육의 도움 없이 학교공부만으로도 충분히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윤 재 웅
사범대 국어교육과 교수 /2008년 논술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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