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부 대학의 신입생환영회에서 신입생의 신고식이 사회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대학새내기인 신입생에 대하여 신고식을 시키는 것은 비단 우리뿐만 아니라 외국대학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광경이고 어떤 경우에는 하나의 전통으로 이어져 오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그런 신입생 신고식이 문제가 되는 것은 그 방식과 내용이라 할 수 있다. 이미 언론에서 보도가 되었지만 문제가 된 신고식은 지성의 전당이라 할 수 있는 대학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후진적이고 비민주적이기 때문이다. 신고식의 내용은 알려진 바와 같이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것으로 상식을 가진 사람은 낯 뜨겁고 생각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대학에서 어떻게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상상하기 싫지만, 엄연한 현실이고 이미 상당기간 지적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고쳐지지 않고 매년 반복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문제가 드러났는데도 시정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당사자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자들뿐만 아니라 학교당국의 지도·관리에 대한 책임의식의 결여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아니면 그동안 군대문화와 조폭문화에 찌들어 온 우리의 자화상인지도 모른다. 정말 하고 많은 것들 중에 미풍양속은 전통으로 잘 이어져 오지 않고 사회적 폐습들만 이리도 끈질기게 이어져 오는지 인간세상의 아이러니라 아니할 수 없다.



산업화로 유입된 군대문화



우리 사회는 조선시대 이래 유교문화의 영향 하에서 장유유서의 질서가 오랜 기간 뿌리를 내렸고, 물론 과거보다는 희박해졌지만 지금도 이는 미풍양속으로 남아있다. 그런데 산업화 과정에서 능력을 중시하고 하면 된다는 밀어붙이기 식의 사고가 형성되었다. 특히 1960년 초반 군부쿠데타로 탄생한 정권은 자신의 정당성을 내세우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경제개발이라는 당시 획기적 아이템을 들고 나와 국민을 몰아붙이면서 사회문화에 군대문화가 유입되는 상황이 되었다. 오로지 상명하복과 충성만 요구하는 일제식의 군대문화가 사회에 유입되어 정착하면서 초기에 느꼈던 거부감은 세월이 흐르면서 희석되고 사회 각 분야에 자리 잡았다.


그렇지만 이런 악습 내지 폐습들이 우리 사회의 민주화를 이끌었던 대학에 유입되어 답습되고 있다는 것은 정말 어이없는 일이다. 더구나 우리 사회가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대부분 버리고 폐기시켰던 군대문화가 대학에서는 오히려 부분적으로 더 성행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일종의 비극을 보는 것 같다. 대학에 들어오면서 신고식을 통하여 폭력과 비인격화에 물들게 된다면 이들이 대학에서 배우고 나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아니 오히려 우리 사회의 발전을 방해하고 후퇴시키는 것이다. 또한 그들의 인격은 스스로 자존 받지 못하고 손상을 입음으로써 사회생활에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


‘선인선과’며 ‘악인악과’라고 폭력은 폭력을 낳을 뿐이다. 고등교육기관인 대학에 들어온 신입생에게 군기를 잡고 대학생활의 어려움을 맛보게 하는 그런 행동과 사고는 과거 군사정부나 조폭의 행위와 다를 바가 없다. 그런 행위가 얼마나 수치스럽고 스스로 인격을 파괴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런 폐습의 영향은 서로 간의 불신을 조장하고 인격을 파괴하며 나아가 사회질서를 경시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민주역량 맞는 대학문화 선도



그동안 민주화의 진전으로 우리 사회는 여러 분야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특히 참여정부 이후 추진되어 온 정부 각 부처의 개혁바람은 사회 곳곳에 영향을 미치면서 권위적이고 고답적인 태도가 많이 바뀌고 있다. 그런데 대학에서 과거의 폐습이었던 내용을 가지고 신입생 신고식을 한다는 것은 아직도 일부의 대학구성원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이제 사회의 민주화에 역행하는 폭력적·선정적인 대학의 신입생신고식은 버려야 한다. 더 이상 가지고 가기에는 너무나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과거지향적인 군대식의 신고식을 버리고 지성의 전당에서 볼 수 있는 학생다운 신고식이 자리를 잡아야 한다. 우리 사회의 민주역량에 맞는 대학의 성숙함이 필요한 때이다. 또한 대학구성원과 대학당국, 나아가 사회는 이를 감시하고 감독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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