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불교는 변화하는 한국사회의 전환점에 서 있다. 불교는 더 이상 과거와 같이 우리들이 속해 있는 사회로부터 떠나가기 위한 방법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오히려 불교는 명상과 수행을 통해 현대인들이 속해있는 복잡다단한 사회에 좀 더 효과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처방으로서 받아들여지고 있다.

비록 고대인도의 초기불교교단이 지향했던 것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스트레스를 극복하고 한발 물러나 스스로의 삶의 목표와 방향을 다시 한 번 살펴볼 수 있는 계기가 불교를 통해 만들어지고 있다.

불교는 과거 서구의 오리엔탈리즘적인 기조 속에서 오해되고 곡해되어 개혁의 대상이란 고리타분한 이미지로 비춰져왔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사회는 경제적으로 발전하고 세계적으로 개방화되면서 더 이상 서구에 대한 열등감 속에 사로잡혀있지 않다. ‘우리의 것이 좋은 것이야’ 라는 단순한 열등감의 표현보다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야말로 가장 세계적’이라는 진취적인 자세가 주목받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제부터 우리 불교인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역설적으로 초기불교 교단이 그토록 떠나려고 했었던 사회 속에서 좀 더 효과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한국적이면서도 불교적인 새로운 윤리관을 정립하는 것이다.

사실상 붓다 당시에도 모든 불교인들이 열반(nirvana)이라는 지고의 목표만을 지향했던 것은 아니다. 열반은 출가자의 몫으로 남겨져 있었고, 일반 신도들에게는 ‘주위를 돕고 계율을 지키면 극락세계에 태어난다.’는 실천적인 목표가 제시되었다. 이제 현대인들은 열반이란 지고의 목표만을 위해 불교인이 되지 않는다. 현대사회에 불교가 효과적으로 뿌리내리는 길은 이들에게 필요한 가치판단의 기준과 앞으로 살아갈 척도를 사회가 필요로 하는 기준에 맞게 제시하는 것이 아닐까.

황순일
불교대학 인도철학과 교수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