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 해외봉사활동 체험기

▲던눈초등학교 식당 벽화 완성 후
1년 365일이 여름으로 머물 것 같은 곳, 붉은 흙먼지가 뿌옇게 일어나는 운동장에서 해맑게 뛰어노는 아이들이 있던 그 곳을 기억한다. 뜨거웠던 햇살과 호기심으로 가득 찬 아이들의 눈망울, ‘싸바이 디~’ 그 합창 같던 인사, 16일간 동고동락하면서 이제는 가족이 되어버린 우리 단원들…. 이 모든 것에 감사하는 시간이었다.

처음 라오스란 낯선 땅을 밟았을 때 밀려들던, 첫날의 그 막막함과 공허감. 뼈대만 서 있던 단쌍초등학교 건물과 휑했던 던눈초등학교 식당, 그리고 텅 빈 공생도서관 외벽을 보면서, 그곳에 채워 넣어야 할 것은 비단 시멘트와 페인트칠만이 아니란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 빈 공간 속에 16일 동안의 우리 마음과 추억을 새겨넣어보리라 다짐했던 우리의 첫날이 있었다.

텅 빈 외벽에 바탕 그림이 그려지고, 선명한 페인트칠로 벽화에 생기가 돌 즈음, 우리는 어느새 그 곳의 풍경에 익숙해져 있었다. 자신 앞에 놓인 밥 한 공기에 감사할 줄 알게 되었고, 마음으로 대화를 하는 방법을 익혔으며, 가진 것 없이도 사랑하는 방법을 배웠다. 진한 페인트 냄새에 머리가 아파도, 뜨겁게 내리쬐는 햇살에 땀이 흘려내려도, 진정으로 우리가 행복할 수 있었던 것은, 그 풍경 속에서 ‘내’가 아닌 ‘우리’로, ‘혼자’가 아닌 ‘모두’라는 이름으로 존재할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사람은 혼자서 살 수 없다는 그 평범한 진리를 우리는 그 곳에서 마주하고 있었던 것이다.

뼈대만 서있던 초등학교에 벽돌을 쌓고 시멘트를 쌓으며 우리는 그곳에 우리의 사랑을 함께 쌓아올렸다. 화단을 만들고 꽃나무를 심으며, 우리의 추억도 함께 심었다.

낡아서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았던 책걸상을 고치며 그동안 삐뚤어졌던 우리의 가치관을 바로 고치게 되었다.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채, 그저 사랑과 믿음을 확인하고 싶어 떠난 그곳에서, 나는 다시 사랑과 믿음을 받기만 하는 사람이 되어 돌아왔다.

한국으로 돌아오고 이틀이 지난 저녁. 한국에는 눈이 내렸다. 겨울이면 기다려지는 눈, 우리에게는 이토록 친숙한 눈인데, 그 나라의 아이들은 눈이 무엇인지 알까? 언젠가 그 아이들이 우리가 시멘트를 바르고 페인트칠을 한 그 교실에 앉아서, 사계절에 따라 눈이 내리고 꽃이 피는 이 곳, 더 이상 낯선 곳이 아닌 ‘COREA'에 대해 배우는 날이 오기를 바래본다.

안지혜(문과대 일문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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