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적 문제해결 능력위한 통합교과 자료 제시

2008학년도 대학 입시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과 일선 교육현장의 교사들은 <통합교과형 논술>이라는 새로운 입시 환경에 직면해 있다. 특히 수능과 내신과 논술을 같이 해야 하는 수험생들의 어려움은 더욱 크다. 우리 신문사에서는 입학처와 공동 기획으로 동국대학교 통합논술 준비와 관련한 기획물을 올 한 해 동안 연재한다. 편집자

글 싣는 순서
1. 동국대 통합논술, 이렇게 출제하고 평가한다.(윤재웅 교수)
2. 인문계 모의 논술고사 해설 및 답안 분석(윤재웅 교수)
3. 자연계 모의 논술고사 해설 및 답안 분석(성정석 교수)
4. 나는 논술고사 이렇게 준비했다.(인문계 신입생)
5. 나는 논술고사 이렇게 준비했다.(자연계 신입생)
6. 논술고사 이렇게 준비하세요.(인천대건고 논리학 교사 주영기)


1. 동국대학교 통합논술, 이렇게 출제하고 평가한다.


통합 논술이란 무엇인가. 혹은 통합 교과형 논술이란 무엇인가 하는 문제 때문에 전국의 고등학교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의, 형식, 대처 방법, 평가 기준, 유의사항 등 무엇 하나 익숙하지 않은데다가, 그간 배워온 교과 내용에서 집중적으로 경험해 본 적이 없으므로 혼란스러운 건 당연하다. 간명하게 말한다면, 대학 학업 이수 능력을 종합적으로 판별하기 위한 효율적인 선발 방안이라고 보면 된다.

논술은 논리적인 글쓰기이다. 교과 내용상으로 보면 작문 혹은 글쓰기의 하위 영역에 속한다. 그러므로 정상적인 교육과정에서 벗어나는 게 아니다. 그런데 기존의 논술은 어느 특정한 분야에 국한하여 출제되는 게 보통이었다. 이런 환경에서는 정치, 경제, 언어, 문화, 환경 등과 같은 분류가 유효했다. 적어도 외형상으로는 문제가 단선적이다. 그러나 비록 단선적이라 할지라도 어느 영역에서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수험생들은 전 영역에 걸쳐서 준비를 해야 한다. 많은 책들을 읽고 생각하고 그와 관련한 글쓰기 연습을 해야 한다.

통합 논술이 이와 크게 다른 것은 아니다. 이전의 논술 준비할 때와 비슷한 학습량이 필요하다. 절대로 2배, 3배의 학습량을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준비하는 방식에서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통합의 가장 큰 특성은 교육 내용 영역의 전이와 융합이다. 즉 국어와 역사와 과학이 결합하여 하나의 주제를 만들어내는 식이다. 어느 한 영역만 잘 한다고 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학생들은 문제 해결 과정에서 창의적인 발상, 복합적인 사고, 풍성한 배경지식, 안정적이고 세련된 표현 등을 선보일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종합적인 능력을 대학은 선호한다. 왜냐하면 이런 능력을 미래 세대의 우수한 인재의 덕목으로 파악하기 때문이다. 단순한 지식과 정보는 컴퓨터가 담당하고 있으므로 미래의 인재들은 르네상스적 지식인이 되거나 기계가 도저히 할 수 없는 창의적인 이야기의 생산이나 감성의 전파 등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그렇지 못한 인력들은 대학을 졸업한다 해도 제3세계의 값싼 노동력에 비해 하등 새로울 것도 없는 능력으로 자본 시장의 외곽에서 떠돌게 된다.

산업화 사회, 정보화 사회를 거치면서 요청되어졌던 지식과 정보의 습득 능력은 이제 지식과 정보의 활용 능력으로 바뀌고, 기업들은 상상적 창의와 감성으로 자신과 조직을 마케팅 하는 소프트 파워형 인재를 요구한다. 대학의 입장에서 보자면, 현 교육 체제 하에서 수능과 내신만으로는 이런 역량의 씨앗을 검증하기가 매우 어렵다. 우수한 인재를 선발해야 더 우수한 인재를 배출할 수 있다고 대학은 목소리를 높인다. 학생과 교사들은 혼란스럽지만, 오늘날 대학들이 시행하는 통합 논술은 그래서 불가피한 측면이 강하다.

대학은 미래를 내다보고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통합 논술을 도입한다. 그러나 공교육에서 이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게 문제다. 교사의 지도 역량 부재를 탓하기에 앞서 시스템의 미비를 비판해야 한다.

지도할 수 있는 교사들이 턱없이 부족하니 메뚜기 풀 찾아 이동하듯 학생들은 떼를 지어 사교육 시장으로 날아간다. 그 벌판에 해마다 1조원 이상이 뿌려지고 앞으로는 그 규모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그런데 통합 논술은 본질적으로 사교육 시장에서 단기간에 익힐 수 없다. 초등교육과정에서부터 독서와 토론 그리고 사색과 창의를 요구하는 글쓰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수능시험 보고 나서 한두 달의 집중훈련으로 좋은 점수를 받는다는 것은 환상에 가깝다. 요령을 익힐 수 있을지언정 콘텐츠 자체를 업그레이드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학이 추구하는 통합 논술은 범교과적 특성이 강하기 때문에 오히려 공교육 기관인 학교에서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다. 여러 과목의 선생님들이 뜻을 모으면 아주 흥미 있게 진행할 수 있다. 실제로 통합 논술 지도가 잘 되는 학교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교사들이 얼마나 헌신적인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글쓰기는 원래 범교과적 특성이 있다. 사회과목이든 과학과목이든 교육 내용 영역에서 보면 모두 글을 쓰게 되어 있다. 즉 모든 과목들에서의 글쓰기-토론을 포함한 심층적인 글쓰기가 수업 시간에 충실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우리 교육이 기본으로 돌아가는 길이 여기에 있다. 그리고 이 바탕 위에서 필요에 따라 과목별 융합 수업을 하면 된다. 그러니 조건으로만 보아도 학원보다 학교가 월등하다.

동국대학교 통합 논술의 기본 방향은 이런 틀 위에서 준비된다. 지나치게 부담을 가지지 않아도 좋으며, 학교교육에 충실하면 된다는 점을 먼저 알려드린다. 기존에 비해 달라지는 점을 중심으로 요점을 정리한다.

우선 지문이 많아진다. 고사 시간도 150분으로 늘어나며, 답안 글자 수도 2000자 내외로 증가된다. 정보 이해능력, 문제의 발견과 해결 능력이 그만큼 중요해진다는 의미다. 지문의 성격은 통합교과 자료 제시형이다. 자료는 교과서, 고전 및 현대의 주목받는 저서들, 신문 칼럼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선별하지만 그 내용이 고교 수준을 크게 능가하지 않는다. 제시되는 자료들 중에는 도표, 그래프, 공식, 그림, 사진 자료 등도 있을 수 있다. 문제는 3~4개이며, 인문계와 자연계 논술이 분리 출제된다. 그러나 분리 출제의 원칙이 항구적으로 고정되는 것은 아니다. 영역 전이의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다. 예컨대 인문계 문제의 경우 수리나 과학적 지식을 검증하는 문제가 일부 나올 수도 있다.

평가의 주요 항목은 정보 이해 능력, 논리적 분석력,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 언어적 표현 능력 등이다. 항목마다 7개의 등급이 있으며, 등급에 따라 점수가 차등화 된다. 각 문제마다 배점이 정해져 있으므로 모든 문제를 풀 자신이 없거나 시간이 부족한 경우는 이를 참고할 만하다. 채점 방식은 문항별 전담 채점으로 할 예정이며 2~3배수의 평가위원이 참여하게 된다.

윤재웅
사범대 국어교육과 교수
2008년 논술연구위원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