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대 홍기삼 총장 이임사
우리 대학의 발전을 위해 항상 노심초사 하시는 존경하는 영배이사장 스님, 존경하는 영담스님을 비롯한 법인의 이사, 감사 여러분, 존경하는 전임총장과 내외귀빈 여러분, 특히 저와 함께 우리 대학을 이끌어 오신 서윤길 대학원장과 각 대학원장, 서울캠퍼스의 김병식 부총장, 경주캠퍼스의 김용택 부총장, 이석현 의료원장과 각 병원장, 각 단과대학장, 처실장 및 교직원 여러분, 미국 동국 로얄대학의 유석천 총장과 교직원 여러분, 그리고 20만 동문과 사랑하는 재학생 여러분.

저는 먼저 이 모든 분들께, 제 임기 중에 입은 크고 작은 은덕에 대해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여러 모로 부족한 제가 임기를 무사히 마치게 된 것은 이 모든 분들이 저를 위해 노력과 희생을 아끼지 않으신 덕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총장으로 봉직하는 동안 저는 많은 분들을 새로 알게 되었고, 새로운 우의를 쌓았으며, 새로운 동지를 얻었습니다. 저에게 우정과 신뢰를 보내준 많은 분들이 있었기에 저는 제 힘의 한계를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어려운 순간에도 제 나름의 철학과 우리 대학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맡은 의무를 위해 노력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임기 중에 많은 분들과 맺은 인연을 제 인생에서 가장 값진 선물이라 여기며 총장직에서 물러납니다.

지난 사 년 동안 저는 참으로 많은 기쁨과 보람을 누렸지만 그에 못지않게 많은 고난을 겪었습니다. 그 고난을 겪으면서 우리 대학에 대한 긍지, 교수 사회에 대한 신뢰, 사람에 대 한 믿음 등 제가 평소 가지고 있었던 믿음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듯한 아픔을 느낀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음해와 공격에 끊임없이 시달리면서 이것이 내가 살아온 지식사회 인가,이것이 내가 사랑하는 대학의 실상인가, 계속 반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때로는 총장의 직책을 맡은 것 자체를 깊이 후회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그 많은 환멸과 절망의 고비를 모두 넘어 저는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그것은 참으로 지난하고 고단한 과정이어서 어떤 초월적인 존재가 저를 도와주고 지켜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새삼스레 부처님의 가피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모두들 아시는 것처럼 저는 총장에 취임하면서 대학다운 대학 하나를 새로 설립한다는 각오를 세우고 동료들과 함께 우리 대학의 모든 부면을 손질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큰 목표는 상식이 통하는 합리적 이성이 지배하는 대학, 지식집단으로서 지적 향기와 품격을 갖춘 대학, 공개적이고도 투명하게 운영되는 대학 그리고 인류사회에 보편적 가치를 공연하면서 그것을 함께 나누어 갖는 그런 대학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러한 목표의 실현을 위해 대학이 우선적으로 비중을 두어 추진할 일은 젊은이들이 뚜렷한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향해 혼신의 힘을 기울일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갖추는 것입니다. 젊은이들 각자가 원하는 분야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나아가 그 분야에서 지도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그들의 학문 방향을 잡아주고 그들의 전문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입니다. 그런 목표를 우리는 ‘교육강화’라고 불렀습니다. 대학의 운영에 경영마인드가 중요하다는 것은 이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만 잊지 말아야 할 점은 대학은 무한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아니라 사람을 육성하는 교육경영의 현장이라는 사실입니다. 대학에서 기획하고 추진하는 모든 일들은 그 나름의 중요성을 가지고 있으나 그 모두는 단 하나의 목표, 즉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교육이라는 목표 달성에 적합한 것이어야 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너무나도 많지만 그 중 특히 시급하게 필요한 것은 어떤 인재를 어떻게 육성할 것인가를 알고 있는 ,분명한 교육철학을 가진 지도자와 교육목표에 합당한 교육 내용을 가지고 성실하게 학생들을 지도할 교육자들입니다. 이러한 교육의 요구에 비추어볼 때 우리 대학은 문제가 없지 않습니다. 변화하는 학문과 기술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교육 내용, 구태의연하고 권위주의적인 교육 방법, 교수들의 권익 위주로 짜여진 교육과정, 기술적으로나 심미적으로 낙후된 교육환경, 학생들의 수학 능력 향상과 동떨어진 학과 운영, 학생들과의 소통에 소홀한 교수들의 자세 등 나쁜 관행이 우리 대학 곳곳에 남아있습니다.

이것은 비단 우리 대학의 문제만은 아니고 국내의 모든 대학이 많든 적든 가지고 있는 문제들입니다. 우리나라 대학이 인재 양성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교육부의 규제라는 지적에 저는 동의합니다. 대학에 대한 재정 지원 등을 구실로 각종 규제를 가하고 있는 교육부의 정책은 대학의 특성 있는 발전에 최대의 장애가 되고 있습니다. 이른바 삼불 정책을 비롯해서 각종 규제들은 하루 속히 폐지되거나 개선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폐지됐을 때 대학과 사회는 혼란에 빠질 것이 분명하지만 그러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대학은 자율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입니다.

우리 대학 관계자 중에는 우리 대학의 경쟁력에 대해 우려하시는 분들이 없지 않은 줄로 알고 있습니다. 대학의 자율화 같은 변화가 일어날 경우 우리 대학이 과연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까 의문을 가지실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 대학은 결코 그렇고 그런 많은 대학 중 하나에 불과한 대학이 아닙니다. 우리 대학의 정신적 기반을 이루는 불교는 우리가 세계에 내놓고 자랑할 만한 전통적 가치의 중심이며, 우리 대학 백년의 학문적 역사는 우리에게 끊임없는 불발과 단합의 의지를 북돋아주는 귀중한 동력입니다. 우리 대학은 우리 자신이 긍지를 가지는 만큼, 우리 자신이 자신에 대해 애정을 가지는 만큼 자랑스러운 대학, 사랑스러운 대학으로 발전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우리 대학 구성원 여러분, 지금 우리는 희망을 이야기해야 할 때입니다. 우리 대학은 교육을 통해 도덕적으로 건강하고 탁월한 전문적 식견을 갖춘 미래지향적 우수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기 시작했으며, 연구 수준을 가일층 높이기 위한 교수들의 노력도 가동되기 시작하였고 그러한 노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제도도 어느 정도 갖춰지기 시작했습니다. 임기 중에 교육 환경을 욕심만큼 개선하지 못했으나 건축 가능한 부지와 공간을 힘써 확장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대학에 재정적 고통을 안겨주던 기존의 병원들이 상당한 수준으로 개선되었고 특히 일산 병원은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높은 수준의 병원으로 개원되어 한층 우리대학의 미래를 밝게 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대학의 극심한 갈등요인들도 꾸준한 노력끝에 이제는 보다 더 화합의 분위기로 반전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게다가 우리 대학의 학문적 특성화를 이루어 내기 위한 줄기찬 노력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기 시작하였습니다.

특히 통합적 학문으로서 불교생태학을 우리 대학 학통의 중추로 삼아 에코포럼 추진과 함께 실천적 이론의 개발에 주력한 결과 이제 우리 대학만이 이루어 가진 학문이 되었으며 하버드대학, 런던대학, 북경대학 및 스탠포드대학과의 불교생태학 학술회의는 매우 수준 높은 학술적 결실로 남게 되었습니다. 이와 함께 ABC프로그램을 구체화하여 아시아지역학, 바이오분야의 신기술, 영화를 중심으로 한 특성화사업이 정부와 민간으로부터 인정받아 분야별 성과가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말씀드렸듯이 우리 대학은 백주년을 보내면서 여러 가지 면에서 상승기운을 보이고 있습니다. 각종 지표상으로도 대학 전체가 개선되고 있다는 것은 명백하며 연구에 정진하는 교수들, 학습에 열중하는 학생들로 우리 캠퍼스는 학문과 교육의 전당다운 면모를 보이고 있습니다. 저는 백주년 보내고 나서, 많은 동문들로부터 우리 대학의 위상이 향상된 것을 보고 감격했다는 말을 듣기도 했습니다. 그 동문들이 전해준 격려와 감사의 말은 저와 집행부 모두에게 커다란 기쁨을 주었습니다.

이제 저는 작별의 인사와 함께 신임 총장과 새 집행부에 부처님의 가피가 함께 하기를 간곡히 기도하고자 합니다. 우리 대학을 이끌어 갈 새 집행부가 화해로운 분위기 속에서 일취월장하기를 빌며, 구성원 모두가 새 집행부에 큰 힘이 되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합니다. 다소 생각하는 바가 다르고 주장과 의견이 다르다 하더라도 서로 이해하고 양보하는 마음으로 구성원이 화합하여야 대학의 발전은 가능합니다. 이제 저는 50여년의 긴 시간동안 제가 공부하고 봉사하던 모교를 떠납니다. 여러분 모두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부처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2007년 2월 26일
제15대 총장 홍 기 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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