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적 공범자들’은 그간 ‘오만과 편견’, ‘민족주의는 반역이다’ 등에서 지역 또는 세계의 역사를 국가주의와 민족주의적 시각에서 인식해왔던 일반적 시각에 대해 일침을 가한 한양대 임지현 교수의 신작이다.
특히 이 책의 제목인 ‘적대적 공범자들’은 근대화의 역사에서 국가단위와 민족주의, 그리고 중심과 주변에 대한 맥을 기반으로 한 권력과 기득권에 대해 서로가 서로를 배제하고 타자화하면서도 동시에 서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하고 정당화하는 공생관계를 표현한 것이다.
책의 서두에서 저자는 부시와 빈 라덴은 서로를 적대시함으로써 오히려 서로를 강화시켜 주는 은폐된 동맹관계, 즉 ‘적대적 공범 관계’에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가 ‘당대비평’에서도 밝혔듯이 이는 부시와 빈 라덴 모두 상대의 존재에 기반해 정치적 지지를 얻고, 반면 미국의 시민이나 아프간의 민중 모두가 피해자이기는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이러한 논리가 더욱 강조되고 있다.
즉, 이들의 희생을 공유함으로써 절대적 권력에 대한 입지를 대쌍화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 책에서 더욱 주목할 것은 흔히 한반도의 민족주의를 저항 민족주의로 표현하는데 그러한 저항민족주의와 또 이를 배태하게 했던 제국주의 역시 ‘적대적 공범 관계’에 있다는 논리이다.
이러한 논리는 제국에 저항한다는 이유만으로 저항 민족주의에 내재된 중심성에 대한 선망은 상쇄되고, 결과적으로 저항 민족주의가 제국 중심의 헤게모니를 강화시키는 기제로 작동하면서, 민중을 지배하고 재단하는 절대권력에 대한 헤게모니의 재생산을 의미한다.
이러한 논리를 바탕으로 저자는 제국을 향한 민족주의의 욕망이 결국 제국주의가 만들어 놓은 게임의 법칙에 종속되는 결과는 낳는다는 점을 지적하며, 국가와 민족이라는 담론에서 탈피하여 사고할 것을 촉구한다.
다시 말해, 저자가 강조하는 해방의 의미는 문명담론도 주변부의 민족담론도 아닌, 이들이 맺고 있는 ‘적대적 공범 관계’라는 대쌍적 관계를 거부하고 더 이상의 민족주의 만능에서 탈출함을 뜻하는 것이다.
요컨대, 저자의 논리는 반민족주의, 국사해체, 대중독재론 등을 통해 우리가 인식하지 못했던 민족주의에 대한 논리들이 그간 저항의 대상이 되었던 제국과 절대권력을 강화하는 기제로 작용되었다는 아이러니를 깨닫게 한다.
하지만 그의 민족주의와 역사인식 대한 논리가 과연 제국에 의해 분단된 한반도에서, 특히 통일을 염두 했을 때 어느 정도의 설득력을 가질지는 좀 더 생각 볼 문제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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