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가 있고 그녀에겐 어머니가 있다. 선택할 수 없는 운명의 한 편이면서도 평행하게 그려지는 직선처럼 그녀들은 눈물과 갈등의 묘한 교차점을 배회한다.
제25회 동인문학상을 수상하고 1995년 발표한 박완서의 단편 ‘환각의 나비’는 딸 영주와 집나간 어머니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함께 하숙을 치며 가장으로 돈벌이를 했던 영주와 어머니는 젊은 시절, 모녀라기보다 동지관계로 서로를 의지했건만, 치매에 걸린 어머니는 어느 날 홀연히 집을 떠나 비로소 새로운 안식처를 찾는다.
세상에 가장 위대한 힘이 모성이며 어머니란 여자의 영원한 식민지일 수밖에 없는 모녀관계도 사실은 노화되어가고 있다는 것은 애틋한 모성 속에 감춰진 사실일테다. 우리에게 늘 당연하고 무조건적인 어머니의 헌신과 사랑에 대한 우리 자신의 기대는 영원한 안식이자 도피 그리고 희망의 또 다른 이름인 것이다. 나이든 어머니가 세상이 맺어준 딸이라는 자식의 품속에 영원히 기댈 수 없는 것이 작가 박완서의 이야기대로 그녀들이 부도덕하고 불성실해서가 아니란 점은 참으로 희망없고 단호하게 들릴지는 모르나 어머니라는 여자의 인생을 우리는 그동안 너무 방치하고 살아온 것이 아닐까. 영주는 어머니라는 바로 그 자리에 다시 앉을 바로 우리들 자신의 모습일 거다.
영화 ‘마요네즈’에서는 바로 이런 모녀관계의 갈등을 그리고 있다. 엄살이 심하고 밍크코트를 사달라고 조르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죽는 순간에도 머리에 바른 그녀의 마요네즈 냄새를 경멸하는 딸 아정은 말한다. “엄마 미안해. 난 엄마가 없어.”
그녀에게 어머니란 남편을 존경하고 가족을 위해 묵묵히 희생하며 더욱이 시집간 딸을 위해 김치를 담궈 주고 집안일을 해주는 그런 전형의 모습이며 그녀는 그런 어머니상을 애틋한 모성의 실체라고 믿는 평범한 딸이다. 하지만 어머니에 대한 동정은 결국 환멸로 바뀌고 마는데 그녀의 변은 이렇다. “모든 게 억울해지고 망가져도 엄마만은 온전해야 된다고 생각했어. 왜냐하면 엄마니까.”
시궁창에서 피어오르는 연꽃처럼 어머니란 존재는 완전무결한 모성을 발휘해야 하고, 인간으로서의 권리보다 어머니로서의 권리만이 평생의 숙제이며 척박한 현실에서도 자식 앞에서는 그들이 필요한 사랑과 헌신과 안정과 희망을 위해 도깨비 방망이를 두들겨 대야한다. 그것이 우리들이 바라는 어머니이니까.
우리는 영원히 혼돈스럽다. 우리들에게 어머니란 존재는 무엇일까.
이 두 작품은, 이젠 더 이상 그 자리에 멈춰있지 않은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한 여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 빈자리에서 방황하게 될 우리들의 또 다른 실화인 셈이다. 그 빈자리에 섰을 때 비로소 화해하게 되는 우리들의 실명이 난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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