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는 엄마를 밤새도록 기다리는 철든 딸 엘자. 사막 한 가운데 손님 없는 까페 주인 브렌다. 이들은 각각 다른 영화 속 주인공이지만 공통점을 갖는다.
외로움. 두 영화에서 그것은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기보다 치유 받아야 할 감기 같은 것이다. 그런 그들 앞에 등장하는 두 인물을 주목해보자.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었던 작품 ‘버터플라이’에서 나이든 할아버지 줄리앙은 엄마의 사랑에 목말라하는 이웃집 꼬마 엘자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준다. 두 사람은 나비를 찾으러 떠나는 길에 동행하면서 서로에게 더는 못할 따뜻한 추억과 우정을 선사한다.
“왜 사랑은 올라간다고 하지 않고 빠진다고 하죠?” 어린 엘자의 천진한 물음은 이 세상 도처에 숨쉬고 있을 사랑의 본질이 가지는 이중성에 의문을 던진다. 줄리앙은 그런 엘자를 동정하지만 내색하지 않는다. 나이를 초월한 그들의 여행은 경찰에 유괴 사건으로 접수되지만 엘자의 외로움을 채워주는 동안에 줄리앙은 지난날 자신이 깨닫지 못했던 것을 알게 된다. 짧았지만 함께 나누었던 그들 사이에 따뜻한 기류는 불모지에 피어나는 우아한 장미처럼 사람만이 가꿀 수 있는 삶의 희망이 되어 영화의 잔상으로 남는다.
지루한 사막 한가운데 자리한 모텔 ‘바그다드 까페’에서 나른한 일상을 보내는 중년의 여자 브렌다.
신경질적이고 사나운 그녀에게 어느 날 손님으로 찾아온 자스민은 바로 그 웃음의 불모지에 천연색을 입힌다. 자스민은 커피가 다 떨어진 무료한 이곳 까페에서 신기한 마술쇼를 펼친다. 바그다드 까페에는 어느새 손님이 바글바글 모여들고 활기를 찾아간다. 그녀의 칭찬과 존중은 바그다드 까페의 스테프와 손님들에게 새로운 삶의 행복이며 희망으로 자리매김 된다. 물론 매일 하품을 하며 따분하게 한쪽 구석을 지키던 사막 까페의 히스테리컬한 여주인도 웃음과 눈물을 되찾는다.
자스민은 브렌다와 동네사람들에게 동반자로 다가서면서 영화의 카타르시스 같은 존재로 그려진다. 사막에 풀 한포기 자라지 못하는 이유와 닮아 있는 척박한 인간사에서 그녀는 밭을 일궈 꽃을 가꾸듯 사람들과 소통하며 사랑을 나누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생각보다 그리 넓지도 다양하지도 못하다. 비슷하게 반복되고 한정된 경우의 수를 가지고 앞 다투어 벌어지는 사건과 감정의 충돌을 수습하고 치유하기란 그리 복잡한 과정을 동반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공통된 원인이 있다. 이해하려는 관심, 다가서려는 의지의 부재. 그것이 다른 이름의 변명으로 늘 핑계되어지는 것뿐이다. 줄리앙이나 자스민이 알고 있는 삶의 방식을 우리들 스스로가 외면하지 않는다면, 그 변화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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