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내게 오지 않음은
만남이 싫어 아니라
떠남을
두려워함인 것을 압니다

나의 눈물이 당신인 것을
알면서도 모르는 체
감추어 두는
숨은 뜻은
버릴래야 버릴 수 없고
얻을래야 얻을 수 없는
화염(火焰) 때문임을 압니다

곁에 있는
아픔도 아픔이지만
보내는 아픔이
더 크기에
그립고 사는
사랑의 혹법(酷法)을 압니다

두 마음이 맞비치어
모든 것 되어도
갖고 싶어 갖지 않는
사랑의 보(褓)를 묶을 줄 압니다.
- 사랑굿 1
(문학세계사, 1985)

사랑의 계절이 돌아왔다. 벌과 나비가 날고, 온갖 꽃들이 농염한 자태로 유혹하는 봄이 돌아왔다. 그러나 오늘날 현대인들은 바쁘고 파편화 되어 있어, 서로 간에 의사소통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무슨 사랑타령이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생로병사의 비밀이 하나 둘 벗겨지듯이, 사랑의 비밀도 몇 퍼센트의 호르몬 작용으로 밝혀질 지 모른다.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존재의, 시대가 된 것이다. 하지만 인류의 역사가 이어오는 동안 사랑만큼 인간의 복잡 미묘한 심리와 정황을 경험하게 한 것도 없다.
위 시 1, 2연에서, ‘그대와 나’는 너무도 사랑하지만, 서로를 그리워하고 가슴에 품어 둘 뿐이다. 왜냐하면 떠나는 것이 두렵고, 사랑의 화염으로 타버릴 것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3연에 와서는, 곁에 있으면서 사랑을 인내하는 아픔보다 보내는 아픔이 더 크기 때문에, 감내하며 살아야 한다는 사랑의 혹독한 이치를 깨닫는다. 마지막 연에서는, 두 사람의 마음이 일치된다고 하여도, 사랑이 한낱 집착과 소유욕으로 변질될까 두려워 사랑의 보자기를 묶는다.
갖지 않는 사랑이 갖는 사랑보다 더 크고 완전한 사랑으로 변하는 역설의 미학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시인은 사랑과 굿(제의)의 형식를 빌려, 불완전하고 불구적인 삶을 완전하고 영원한 삶으로 초월시키려 한다.
동국 시문학의 바다에 허다한 시인들이 많지만 김초혜 시인만큼 사랑의 불길을 인내하며 더 큰 사랑을 이루고자 하는 열정의 시인도 드물다.


강 상 윤
시인, 동국문학인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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