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어두웠던 대지(大地)가, 한껏 날개를 활짝펴고 산수유 개나리의 샛노란 색깔이며, 진달래의 핑크빛 아름다움이며, 백목련꽃의 우유빛하며 자목련의 고귀한 자태등이 서로 앞 다투어 대자연과 산야를 더욱 더 다양하고 살맛이 나는 봄으로 채색하고있다.
곧이어 벋꽃의 화사함이 펼쳐지지만,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가장 아름다운것은 새순, 새싹들이 말없이 저 푸른 창공의 태양을 향해 조금씩 조금씩 얼굴을 내밀고 삭막한 세계를 연초록·진초록으로 바꿔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네 인간은 자연의 대조화를 잊어서는 안된다.
자연! 말없는 자연은, 생명의 근원을 제공하며 생명의 창조를 대가없이 무주상(無住相)으로 널리 보시(布施)하고 있는 끝없는 무량공덕의 관세음이며 지장보살이다. 여기에는 차별도 없고 우열의 업신 여김도 없다.
우리 민족은 본래부터 이러한 산천경계를 좋아하는 정감이 넘치는 민족이며 눈물도 많은 속정이 깊은 민족이었으나 어느덧 정치적차별이나 우열적 선·악론쟁으로 곱고 맑고 밝은, 본래의 천진무구한 심성(心性)을 잃어버리고 망각하고 명예욕에 출세욕에 남을 모함하거나 비방하는 일에 익숙해지고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픈, 잘못된 사회환경으로 떨어지고 있는 듯한 경향이 있다.
그리고 자기네 종교가 아니면 저주하고 지옥에 떨어져도 좋다는 식의 전근대적이고 질떨어진 사고방식은 우리사회가 보다 더 큰 성장을 위해서는 이제는 고쳐야 할 버릇(업業karma)중의 하나이다.
칭찬하고, 덕담하고, 남을 위해 축원하는 생명의 천만분지 일일지라도 좋은 일에 그 마음과 정성을 아끼지 않은 사회. 타종교나 타종교인이나, 빛깔이나 색깔을 불문하고 다 모인 자연이 아름답듯이 출세한사람, 돈많은 사람, 권력있는 사람만이 중요한 것이 아닌 다양한 인종, 다양한 생각, 다양한 세상이 모여 사회가 된다는 것을 깨우친다면, 수퍼볼MVP ‘하인즈 워드’의 출세나 그 노력도 칭찬하고 돋보일 일이지만, 수많은 혼혈의 고통과 고뇌에 버림받고 있는 우리 주변의 아니 업신여김을 하고 있는 우리네의 잘못된 심성의 뒤안길을 반성하고 참회(懺悔)하여야 할 것이다.
진정한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서로 신뢰하고 존중하고 상대방의 인격을 인정하고 덕담과 축원을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아닌가! 서로의 단점을 감싸안고 장점을 칭찬하고 잘못은 은근히 지적하여 서로가 큰 상처 받지 않게하는 것, 그것이 전정으로 행복으로 가는 세계가 아닌가!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다양성 속에서 자기네만의, 자기만의, 이기적 잣대로 상대방을 매도하고 어거지 논쟁으로 괜히 실없는 시간만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 자유민주주의는 아닌 것이다.
본성으로 티없이 밝게 보는 ‘지혜의 눈’ 그것이 대학이라는 상아탑의 진정한 모습이다. 본능적 욕구 욕망에 끌려 다니는 인위조작은 언제나 쓰디쓴 인과응보를 불러오는 것이 천지자연, 인간사회의 법칙이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행복하여라!” 하는 법정스님의 수상집 제목을 떠올려 본다.

조용길
불교대 불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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