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술 신년의 새해 아침을 맞은 게 어제 같은데, 어김없이 계절의 질서는 벌써 우수를 보내고 경칩을 목전에 불러놨는가 하면, 예외 없이 캠퍼스엔 또 싱그런 개나리꽃보다 더 풋풋한 새내기들의 신명과 함께 예의 낭만의 향연이 펼쳐진다. 이른바 희망과 비전의 약속들이 들끓는 밤바다처럼 수런거린다. 그러기에 캠퍼스는 언제나 젊음들의 벅찬 아우성과, 자기계발이라는 무한한 가능성이 상존한 지적 종합 공간이다.
물론 피끓는 젊음과 자기계발 의지가 전제되지 않은 대학생활은 상대적으로 그 무엇도 보장되지 않는 허송 세월임은 냉엄한 인과의 법칙이다. 진실로 후회 없는 학창시절을 꾸려내는 일, 그것은 무상한 시간의 여유로운 활용이다. 학창의 선배로 몇 가지 제언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먼저 사고의 틀을 바꾸자. 종속의 틀에서 주체로의 자아인식, 이른바 과보호의 그물망으로부터 일탈하여 성숙한 자아로 회귀할 때 건전한 가치관은 물론, 책임 의식을 가지게 되며, 그 때 우리는 스스로 한 단계 성숙한 지성인으로의 위상을 확보할 수 있다.
범박한 시쳇말로 마마보이, 혹은 공주병으로부터 긍정적 자아확립이 가능하며, 그러므로 비로소 주인으로서의 자아 사랑, 그리고 자아 성취라는 이상이 이루어진다.
다음은 대학인만의 특권이라 할 다양한 체험, 그것도 즉물적 체험이 아닌 비판적 체험의 권유다.
돌이켜보면 여러분들의 이제까지의 학창은 얼마나 수고롭고 암담했는가. 온전히 타의적인 제도의 틀 안에서, 그나마 오로지 진학 일념으로 ‘집→학교→학원’을 쳇바퀴 돌 듯 돌았을 뿐 무엇을 사고할 여유가 있었으며, 비판할 기회가 있었는가.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근자의 불안한 취업난으로 대학생들마저 의기소침하거나 다시 취업 일념으로 위축돼 있음이다.
물론 취업은 중요하다. 그러나 미래지향적인 앞으로의 일자리는 특정분야의 전문 지식보다 다양한 체험을 통해 체득한 지적 글로벌화를 요한다. 전공 교과 외에 고작 몇 권 독서와 한 두 편 영화 감상으로 학창의 지적 낭만을 방기(放棄)하지 말자. 무목적적 향락은 낭만이 아닌 방탕이다.
적어도 대학생은 ‘미지에 대한 신천지의 발견같은 희열을 느껴 가는 기쁨’, 그것을 우리는 지적 낭만이라 한다. 여러분들에겐 그 다양한 미지의 세계에 대한 체험의 기회가 얼마든지 기다리고 있다. 다양한 공연문화, 수많은 서클활동을 통한 체험학은 교과서적 지식 못지 않은 산지식이자 실생활 체험이다. 자아 성숙을 위한 알찬 설계와 부단한 정진만이 후회 없는 대학 생활은 물론, 주인으로서의 자아에 대한 책무를 다하는 진정한 지성인임을 부정하지 말자. 거듭 ‘시간은 잘 갈 뿐만 아니라, 나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그러므로 시간을 슬기롭게 활용할 줄 아는 자만이 이상을 성취할 수 있다’는 보편적 체험담으로 여러분들의 알찬 대학생활이 경영되기를 소망한다.


김 갑 기
문과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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