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저항과 대동세상 구현

대한민국은 과거사를 청산 중이다. 아니 과거의 참혹한 현장을 되짚어보고 진실을 밝히고자 하며 반성과 성찰을 국가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여기에 5·18도 빠지지 않는다. 그냥 덮고자해도 어쩔 도리가 없이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세상의 이목을 잡아당긴다. 어떤 이들은 이미 끝난 일을 왜 자꾸 들추냐고도 항의한다.
그러나 5·18은 항상 현재진행형이다. 두가지 측면에서 그렇다. 시의적절한 사건으로 언급하자면 작금의 평택 대추리 상황이 바로 부각된다. “5월정신 계승하여 대추리 투쟁 승리하자”는 외침은 낯설지가 않다.
군부대와의 충돌은 26년 전의 5·18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그 형국은 분명히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지만 군부대와 시민의 정면충돌과 확대연상작용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5·18

또 하나는 5·18의 실체적 진실과 닿아있는 대목이다. 5·18은 많은 부분에서 그 실체가 밝혀졌고, 역사의 진보를 이루는 데 청산할 것은 청산한 경우에 속한다. 전두환 일당을 법적으로도 심판하여 그 죄를 물은 것을 포함하여 명예회복과 보상 등이 이뤄졌다. 이런 이유로 많은 일반적인 국민은 5·18의 완료를 믿고 있다.
그러나 진상규명은 부분적으로 이뤄졌고 실종자들의 시신은 아직도 찾지 못하고 있다. 발포책임자를 밝히는 문제와 실종자의 행적을 추적하는 일 등은 미해결 문제 중 가장 핵심적인 사안이다.
지금 국방부 산하 과거사정리위원회와 대통령 산하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조사 대상으로 삼아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고자 활동 중이다. 기대가 큰 부분이다. 바로 사정이 이렇기 때문에 때가 되면 별 생각없이 추모하고 기념하는 것에만 머무를 수 없는 5·18의 기억투쟁이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18의 해결과정은 우리사회 과거청산의 모범적 사례에 속한다. 5·18을 통해서 제주 4·3과 한국전쟁전후 민간인 학살 사건 등의 실체를 규명하기위한 정권적 차원의 물꼬가 트여진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냉전 이데올로기는 물론, 남북 간의 전쟁으로 인해 전쟁외적인 이유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참혹하게 살해되고 피해를 입었는가.
눈으로 보았으나 말할 수가 없었고 세상에 가장 큰 죄를 지은 것처럼 있는 듯 없는 듯 숨죽여 살아왔던 ‘피해자’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죽은 사람들의 제사상을 차릴 수 있었으며 마침내는 민주주의의 제도적 절차를 새롭게 정착시키는 데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이 5·18이지 않는가.
그러나 완전하게 규명되지 않은 5·18의 실체는 영원히 미완의 것으로 남을지도 모른다. 전두환 일당이 법의 심판을 받자마자 김대중정부는 모두 사면복권시키고 말았다. 용서도 구하지 않은 집단들에게 무조건 화해라는 이름으로 죄를 사해준 것이다. 처벌을 논외로 하더라도 최소한 실종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동자들에 대한 더 많은 조사가 이뤄졌어야 했다.
이제 그 문제들은 가해현장에 있었던 군인들의 양심고백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범죄의 최고 책임자가 완벽하게 사면되었는데 누가 자신의 죄를 실토할 것이며 용서를 구하려하겠는가. 역사적인 과거청산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시민의 힘이 만든 대동세상

5·18은 비무장, 비조직적인 시민이 가장 잘 훈련된 군인과 맞서 싸워 해방공간을 열었던 인류사의 보기 드문 사건에 속한다. 그것도 남과 북이 준 전쟁상태로 대치 중이었고 손쉽게 고립될 수 밖에 없는 도시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시민 한사람 한사람이 저항의 지도부이자 실행자였고 항쟁의 물리력이자 기획자였다. 그리고 짧았지만 대동세상을 열었다. 계급계층과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너나할 것 없이 이웃이자 가족이었던 대동세상.
그러므로 필자는 5·18의 정신을 저항과 대동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어찌보면 인류의 궁극의 염원이자 유토피아를 그리고자 한다면 5·18에서 그 상상력의 원형을 찾을 수도 있겠다고 판단한다.
5·18이 여전히 시대의 이슈와 함께 호명되는 그 근본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면 과언일까.
인류해방과 평등의 세상이 올 때까지 항상 5·18은 살아 꿈틀댈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조진태
5·18기념재단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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