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돌고 바뀌어 늦가을을 맞이했고 올해도 어김없이 학생회 선거철이 다가왔다. 학생회 선거의 양상도 되풀이되고, 학생회를 둘러싼 찬반 논란과 대다수 학생들의 무관심으로 1년이 금세 지나간다.
‘운동권이냐 비운동권이냐’는 지겨운 질문은 좀 뒷전으로 젖혀두자. 허무하지도 않은가, 선거국면에서 토론하여 표로 결정하면 그만일 의제를 붙잡고 열올린다는 것이.
정작 절실한 것은 학생사회의 피로감과 무심함을 낳았던 총학생회의 한계를 짚는 일임에도, 세력과 성향을 막론하고 그 누구에게도 진지한 성찰이 발견되지 않는다. 대학가의 ‘(총학생회 중심)대의제 민주주의’에 기약없는 어둠이 찾아온 것이다. 더욱이 지금은 학생사회에의 온전한 대변자, 진정한 대안을 총학생회 선거에 나설 수 있는 수준의 조직화를 이룬 집단들 가운데서 찾기가 어렵다. 차라리 투표율 저하로 총학생회 수립이 좌절되는 편이 현 학생사회의 실정을 솔직히 토로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총학생회가 학생들을 대변하는 정도는 대체로 단선으로 출마해 당선되는 과반단위 학생회장보다도 약했다. 그런 주제에 ‘군림’했다. 동시에 총학생회는 군림하며 짊어져야 했던 무거운 짐에 휘청거렸다. 결코 역량을 키워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총학생회는 총학생의 회의가 아니라 총단위(한 학교)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학생회일 뿐이다.
총학생회는 권력과 책임을 아래로, 이를테면 단과대학생회와 과반학생회에게 나눠야 한다. 분권과 자율의 미명 하에 방관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단과대학생회와 과반학생회 역시 아래로 권력과 책임을 나눠야 하며, 총학생회는 그것을 지켜보고 참견해야 한다. 궁색하면 궁색한대로 공식적이고 유력한 ‘학생총회’가 열려 광장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길도 터야 한다. 크고 작은 대의기구와 직접민주주의의 물결이 맞물리며 견제하고 보완하고 갈등하고 협력해야 한다. 총학생회는 자기 지향을 지키고 구현하면서도 기각의 위험에 기꺼이 뛰어들어야 한다.
총학생회의 시대가 저물었음을 인식하는 것이 곧 총학생회의 가치를 살리는 길이다. 총학생회가 과감히 학생사회에서 참여민주주의를 시도하여 ‘과잉’을 해결한 경험은, ‘결핍’된 요소들을 보충하는 발판이 될 것이다.
총학생회는 학교 당국에게도 권력과 책임의 분산을 요구하라. 등록금투쟁을 벌이는 단체가 아니라 등록금을 책정하는 주체로 거듭나라.
물론 메아리가 돌아오지 않을 것임을 안다. 그래서 공을 유권자에게 돌린다. 어떤 일꾼에게 총학생회를 맡길 것인가. 자리도 권한도 없는 학생들에게 자신을 맡길 수 있는 겸허하고 용기있는 일꾼에게 맡겨라.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달랐던 쪽,혹은 그럴 것 같은 쪽은 가장 먼저 선택지에서 지워라. 기권을 하더라도 “기만을 걷어치우라”는 말이라도 투표지에 적고 나오고, 총학생회비 납부거부, 불신임운동 등 ‘속편’에 쓸 카드도 항상 준비해 둬라. 의식있는 사람 몇명이라도 이젠 좀 총학생회, 나아가 학생사회 민주주의를 두고 1년 내내 사고하자.

김수민 (유뉴스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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