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의 의무를 이행해야만 국적을 선택할 수 있는 새로운 국적법의 시행을 앞두고 상당수의 이중국적자가 한국국적을 포기하면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그들은 국적을 포기하면서 이렇게 항변한다. 세계화의 시대에 자녀에게 좀 더 나은 교육환경과 생활환경을 제공하고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 국적을 선택해야 하고, 이런 선택에는 수많은 갈등과 고뇌가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들은 사적 영역에서 스스로 결정한 것으로 결코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나아가 오죽하면 국적을 포기하겠느냐고 주장한다. 어쩌면 그들의 말대로 우리나라는 교육환경이 열악하고 삶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게 해주지 못하는 환경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한국국적의 멍에를 벗어나려는 그들의 속내에는 병역의 의무를 회피하려는 자기중심적 이기심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국적포기자, 법적책임 물을 수 없어

이번 논란에서 큰 문제는 국적포기에 동참한 상당수가 이 사회에서 영향력을 가진 자들이라는 데 있다. 더구나 이들 중에 공무원도 있다는 데 국민의 분노는 더 커지고 있다. 그래서 이번 국적포기파동에 국적법을 개정했던 국회의원은 국적포기를 한 자들에게 재외동포가 아닌 외국인으로서 대우하여 각종의 혜택을 박탈하는 개정안을 만들어 다시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한다. 나아가 공무원의 경우 이름을 공개하여 응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들의 행위가 도덕적으로 지탄을 받는다고 실정법을 위반하지 않았는데 법적 책임을 묻거나 실명공개를 통하여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거나 인격권을 침해할 수는 없다.
병역의 의무를 기피하기 위하여 아니면 한국현실에 마음에 들지 않아서 한국적을 포기하겠다고 한다면 그 결정을 강제할 수는 없다. 헌법은 국민 누구나 국적을 이탈할 자유를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적을 자유로운 의사에 의하여 떠나는 것을 법적으로 그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군대에 가는 것이 싫어서 국적을 포기한다면 도덕적 측면에서 비난받아야 마땅하고 한국인으로서의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기에 외국인으로서 생활해야 할 것이다.
실정법 안에서 국적포기자 다뤄야

이번 국적포기사태는 국가가 그동안 얼마나 국민의 이익을 위하여 노력하였는지 되돌아보게 하는 사건이다. 이런 현실이 얼마나 부끄러운 우리의 자화상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그 전제 하에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 실정법의 테두리 내에서 한국적을 포기한 자에 대해서는 외국인으로서 처리하면서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하면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 스스로 원정출산 내지 외국국적을 취득하기 위하여 알게 모르게 조장하지는 않았는지 깊이 반성해야 한다. 나아가 한국인으로서 단순히 병역의 의무 때문에 국적을 포기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행동이었는지 법과 제도의 개선으로 깨닫게 해 주어야 할 필요성도 있다.
21세기 세계화의 시대에 국적의 의미를 너무 국가중심적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국민의 의미를 무시한 채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태도는 어떤 개인적 이유가 있더라도 사회공동체의 정신을 훼손하고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로서 용인되기 어렵다. 그들 말대로 자유롭고 공정한 환경 속에서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길러서 세계인으로 성장하길 바란다면 자신에게 존재의 의미를 부여했던 공동체에서 주어진 의무부터 충실하게 이행하는 것이 진정한 세계인이 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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