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입적한 법장 스님이 자신의 법구를 동국대병원+한방병원에 기증했다. 조계종 총무원장까지 지낸 대종사 스님이 다비식도 치르지 않고 의술의 발전을 위해 귀한 몸 바치신 것이다. 때문에 지금 불교계는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 어느 때보다 훈훈함과 화합의 분위기가 넘쳐흐른다. 법장 스님의 정신을 이어받아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합의 추대 형식으로 새로운 조계종 총무원장을 추대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우리학교도 불교종립대학으로서 법장 스님이 남기고 가신 깊은 뜻 이어가야 함이 맞는 듯 한데, 지난 6일 본관 교무위원회의실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법장 스님의 뜻을 거론하기 민망할 정도의 상황이 벌어졌다. 30여명의 스님들이 영배 스님의 이사 사퇴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쳤고 1시간의 이사회 휴회동안 고함과 막말이 난무했다.
▲조계종의 한 종책모임은 우리학교 영배 스님의 후임 이사 선출을 총무원장 선거 뒤로 연기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오랜만에 조성된 화합의 분위기가 이사 선출을 둘러싼 각 종책모임간의 다툼으로 와해될까 걱정이라는 것이다. 지금 세간에선 법장 스님의 뜻을 이어받아 장기 기증을 서약하는 사람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는다는데, 몇몇 스님들은 법장스님의 정신을 까맣게 잊은 듯 하다.
▲결국 이날 이사회는 상정됐던 안건 모두를 다음 이사회로 연기하고 끝이 났다. 불교종립대학에 와서야 수도승과 행정승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스님들도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싸운다는 것을 알았다.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겨 힘들고 절망적인 상황에서 불자들이 힘을 모아 세운 학교에서, 스님들이 이와 같은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식순에 빠지지 않는 사홍서원을 통해서가 아니라 이사들의 모습을 통해서 우리학교가 불교종립대학임을 알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