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을 받아주지 않는다면 이 곳에서 당장 뛰어내리겠어.”
한 남자가 한강 다리 위에서 비장한 표정으로 자신의 사랑을 갈구하고 있다. 죽음까지도 불사하겠다는 그의 눈빛과 표정에는 그녀를 향한 ‘진실함’이 가득하다. 하지만 정작 그런 그를 지켜보는 시민들과 그녀의 눈에는 그의 진심이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오히려 그의 극단적인 말투와 행동에서 불안감과 공포심이 앞설 뿐이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은 지역구도 타파를 위한 선거구 개편과 이에 따른 야당과의 연정정치에 대통령으로서의 ‘생명’을 걸겠다고 한다. 자신의 의지가 관철되지 않는다면 권력이양, 임기단축에 이어 급기야 ‘사임’까지 하겠다고 나선 노대통령의 ‘진심’은 적지 않은 충격으로 다가오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그의 발언 이후 일부 신문들에서는 노 대통령의 사임을 촉구하는 보수단체들의 의견광고가 줄줄이 게재되고 있다. 이를 지켜보고 있자면, 지난해 탄핵 사태가 또 한번 재현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불안함을 넘어 섬뜩함마저 느껴진다.
▲대통령의 발언이 그의 진실성에서 비롯된 것임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극단적인’ 충격요법은 오히려 국민들을 불안감에 휩싸이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지역분할정치의 청산이 대통령이 나서서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자신의 대통령으로서의 ‘목숨’까지 걸기에는 아직도 남은 숙제들이 너무 많이 산적해 있지 않은가.
▲난간에 매달려 있는 그를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그녀 역시 그 남자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의 진심을 넘어선 ‘협박’에 당황하고 두려워할 뿐이다. 국민들 역시 노무현 대통령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의 진심을 넘어선 지나친 발언은 오히려 ‘협박’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의 발언으로 인해 그 이면에 감춰진 ‘진정성’있는 메시지가 가려지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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