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총학생회장 선거결과가 나왔다. 10여 년 만에 비운동권 후보측에서 승리를 만끽했다. 이번 선거는 총학생회가 구성됐다는 점에서 큰 축하를 받아야 한다.
1년 반 동안 학생회 부재로 인한 불편함을 알기에, 이번 선거는 어느 때보다 그 의미가 중요하다. 하지만 선거가 성사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빚어 껄끄러운 기분을 숨길 수 없다.
한때 학교측이 중선위의 중립성을 문제삼아 학생회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학내 구성원들은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입장표명을 했다.
학생처는 올바르지 못한 선거를 묵과할 수 없어 ‘학생지도’에 나섰다. 중선위는 “학교측이 학생회 선거에 압력을 행사한 점을 참을 수 없다”며 대표자 사퇴로 대응했다. 이 밖에도 중선위를 지지하는 대학원 총학생회와 사회과학대의 5개학과, 학생처와 같은 입장을 펴는 2명의 선관위원들의 중선위 도장없는 수많은 성명서들이 동악에 난무했다.
논란은 기호 1번 선본 관계자와 친분 있는 학생이 평소 선후배로 지내던 학생복지실의 한 과장을 찾아가면서 시작됐다. 그 직원은 후배 말을 듣고 중선위의 중립성에 문제를 느껴 중선위장에게 면담을 요구했다. 명목은 학생지도였다.
총장대리로 학생회담당 업무를 맡았다는 직원이 중선위장에게 면담을 요구한 부분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학생들이 참여하는 선거를 학생들 스스로의 판단에 맡기지 못하고, 학생회담당 직원이 문제제기를 했기 때문이다. 이 직원의 학생지도에 대한 애정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선거유세가 막 시작했을 무렵, 어느 학생이 우리학교 홈페이지 ‘나의주장’에 기호 1번을 빗대어 “학교에서 이번에는 만만치 않은 애들을 묶어낸 듯 싶소”라는 글을 써 학교에 불려간 일도 있다. 물론 이 학생도 근거없이 학교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지도를 받았다.
학생이 잘못된 행동을 한다면, 관심을 갖고 ‘지도’하려는 그 직원의 정성은 감격스럽다. 하지만 건학 100주년을 앞둔 동국대학교는 고등학교도 아니고 군대도 아니다.
물론 대학생이 사회인보다 미숙한 것은 사실이다. 고등학교 졸업한지 몇 년 되지 않은 학생을 어른으로 보기는 무리가 있지만, 법적인 성인을 단지 대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과보호하기에도 어딘가 어색한 부분이 있다. 대학생들은 자신의 말에 책임질 줄 알고, 판단도 할 수 있다.
우리학교 선배인 직원이 애정을 가지고 후배들의 잘못된 점을 고쳐주고 싶고, 관심이 가는 점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학생에게 이러한 무조건적인 지도는 오히려 역효과를 부른다.
대학은 고등학교와 근본적인 차이를 갖고 있다. 대학은 어떠한 경우에라도 학생들의 자율성과 자치문화가 보장된 곳이며, 대학도 이를 인정해야한다.
‘학생은 지도대상’이라는 학교측의 주장은 처음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학교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 대학의 해묵은 갈등을 해소하기 어려울 것이다. 앞으로 올해와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그리고 우리신문 또한 ‘학생지도’가 필요 하지 않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더불어 학생지도가 필요하지 않은 제38대 총학생회가 건립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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