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화재로 전소되었던 양양 낙산사의 공중사리탑(空中舍利塔)을 보수하던 중 사리가 나오고 청동합에서 나온 봉안문에 의해 탑의 조성 시기가 1692년(조선 숙종 18년)임을 확인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450여 년 전에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조선시대 미이라가 경북 청도에서 묘를 이장하는 과정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3~4백년 이상 묻혀있던 비밀의 문이 열리면서 과거의 진실이 현재의 어둠을 밝히는 빛으로 환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유형은 불상을 봉안하면서 부처님 몸에 모신 복장물(腹藏物)에서도 발견되는데, 이는 현대사회에서 인위적으로 현재의 다양한 사회상을 먼 훗날 후손에게 전해줄 요량으로 제작하는 타임캡슐(time capsule)을 연상시킨다.
1938년 뉴욕 만국박람회 때는 특수합금 용기에 만년필, 시계, 담배, 각종 곡물, 공업재료, 책·백과사전, 마이크로필름 등을 넣어 밀봉하여 지하 150미터 깊은 땅속에 묻고, 5천년 후인 서기 6939년에 개봉하기로 하였다. 1994년에는 서울 정도(定都) 6백년을 기념하여 보신각 종 모양의 타임캡슐을 묻고 정도(定都) 1천 년인 2394년 11월 29일에 개봉하기로 한 적이 있다. 또한 지난 5월 12일 에베레스트 단일팀 횡단에 세계최초로 성공한 우리 동국대학교의 박영석 대장이 건학 100년 기념 동판과 타임캡슐을 정상에 올려놓기도 하였다. 요즘은 학교나 회사에서 10년 혹은 20-30년 후에 자신들이 직접 개봉하기로 하는 단기 타임캡슐을 묻기도 한다. 캡슐을 묻은 건 현대인들이지만 캡슐을 열고 내용물을 확인하는 일은 후대인들의 몫이다.
우리 동국인(東國人)은 의상스님 법성게의 한 구절처럼 무량겁(無量劫)을 일념(一念)에 품고, 일념을 무량겁에 회향하는 이심전심(以心傳心) 타임캡슐을 마음에 묻어가면 좋겠다. 지금 이 순간에도 동악(東岳) 캠퍼스에는 동국인(東國人) 저마다의 마음 타임캡슐이 시시각각으로 매설되고 있다. 강의실, 도서관, 연구실, 실험실, 정각원, 만해광장, 불상 앞, 잔디밭, 창충단, 충무로 거리마다에….

이학주
사범대학부속여고 교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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