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을 살면서 장수하고, 부유하며, 건강하고 편안하게 지내고, 평소 도덕 지키기를 낙으로 삼으며, 그렇게 제 명대로 살다가 편안하게 눈을 감는다면 이보다 더 행복한 삶이 어디 있을까. 옛 사람들은 이 다섯 가지를 5복(福)이라 여기고 그런 삶을 동경해왔다. 지금도 이 다섯 가지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여기에 하나를 더하고 싶다. 그것은 좋은 스승을 만나는 일이다.
어버이의 몸을 빌어 세상에 태어났을 때 사람은 그저 희노애락의 감정에 휩싸이며 본능에 충실한 ‘좀 진화한 생명체’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존재에게 ‘세상에는 나 아닌 다른 사람도 존재하고 있으며, 그들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살아야 하는지,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 어떤 기술과 어떤 자세가 필요한지’를 가르쳐주어 참 생명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이가 스승이기 때문이다.
스승을 의미하는 선지식(善知識)이란 말이 있다. 좋은 안내자, 훌륭한 인도자란 뜻의 이 말은 좋은 친구 즉 선우(善友)라는 뜻도 함께 갖고 있다.
거친 세파에서 나를 지켜 주고, 나와 함께 같은 행을 하며, 나를 가르치고 인도하는 사람. 자연의 이치에 따라 순조롭게 삶을 살아가게 하며, 그 어떤 경우에도 가치가 줄어들지 않는 진정하고 영원한 재산을 내 손에 쥐어주는 사람. 이가 바로 스승이다.
내게는 그런 스승이 두 분이나 계시다. 은사이신 고(故) 고익진 교수님과, 이 분을 통해 만나게 된 위대한 스승 석가모니가 그분이시다. 올해 부처님 오신 날은 스승의 날과 한 날이다. 내 일생을 통틀어 가장 귀한 벗을 만나는 이 날, 고운 연등을 밝힐 생각에 가슴이 뛴다. 그대에게 묻노니, 이 날 그대의 가슴을 잔잔하게 흥분시켜줄 스승이 계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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