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봄이 되면 가슴속에 나타나는 생기를 누구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번거로운 주변의 일을 잠깐 쉬어 내려놓고 푸근하게 우리를 감싸주고 있는 남산의 아름다운 자태를 한번 보자. 자연의 베품은 실로 너무도 크다. 다만 그것을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지난 겨울 눈으로 차갑게 얼어있었던 남산의 나무와 꽃들…. 우리는 그것들에게 물 한 방울 아무것도 베풀지 않았는데 그것들은 봄의 기운을 담아 우리에게 신선한 공기와 아름다운 향기를 주고 있다. 무정(無情)이 설법을 하고 있음을 충분히 느낄 만큼 강인한 인내를 뚫고 부드럽고 연약한 잎을 통해 아름다운 꽃으로 우리에게 다가온 것이다. 무정이 설법을 하든 유정이 설법을 하든 그것은 ‘들을 수 있는 자’의 몫이다.
가만히 반조해 보자.
벚꽃과 진달래의 꽃잎을 한번 만져보라. 얼마나 가냘프고 얇은가. 그러나 그 작은 나무에 담긴 굳은 자생력(自生力). 그 자생력이 스스로를 존재시키고 지금 우리에겐 이렇듯 큰 베품을 주고 있다. 자연을 깊이 관찰하면 그보다 더 큰 스승이 없음을 느낀다. 무정의 설법을 통해 스스로를 관조해 볼 때, 과연 우리 내면에 흐르고 있는 자생력은 무엇인가. 어떠한 자생력이 있어 나의 삶에 생기를 일으키고 있는가. 가끔 조용히 숙고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에게는 아름다운 인생을 구축할 능력이 충분히 잠재해 있으며, 마음속에 간절하게 소망하고 있는 것은 그것이 정의로움에 따라 움직이는 한 언젠가 반드시 실현되기 마련이다. 바로 자신의 자생력을 어떻게 끌어내어 내 삶에 적용하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부처님의 ‘자등명(自燈明)’의 유훈을 새삼 다시 새롭게 느끼게 된다.
봄의 생기…. 내안의 생기처(生氣處)를 다시 한번 잘 살펴보고 내 영혼의 맑음을 위해 다시금 노력해야 될 시간이 바로 ‘지금’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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