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력이 좋고, 말을 조리있게 잘 함”
초등학교 시절 내 통지표에 단골메뉴처럼 등장했던 말이다. 어린 시절의 나는 반장보다는 학급회의를 진행하는 회장을 더욱 즐겨했던, 국어책을 잘 읽던 꼬마였다. 그런 꼬마에게 “너는 커서 아나운서하면 잘 하겠구나”하는 어른들의 말씀은 운명으로 느껴졌던지, 그 때부터 내 맘 속에는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는 꿈이 자라나고 있었다.
대학에 입학해서도 그 꿈은 계속 됐고, 자연스럽게 광고학과 신문방송학을 복수전공하게 되었다.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 잘 할 수 있는 일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렇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실패하더라도 도전해 본 뒤에 포기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내 꿈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그 분야를 항상 관심있게 지켜보고, 필요하다는 요소가 있다면 준비하는 등 하나하나 갖춰나가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동아리활동, 관련분야의 수업(물론 전공수업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대학의 좋은 점은 학생이라면 누구나, 어느 수업이든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을 들으며 공부했고, 방학을 이용해서 레크리에이션을 진행하는 봉사활동을 하는 등 나의 능력과 소질을 키워나가는 데에 도움이 되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다녔다.
학교방송국에서 아나운서로 있던 친구에게 뉴스 리딩도 배우고, 가르쳐준 방법으로 복식호흡을 연습하기 위해 녹음기 하나를 들고 운동장 구석 스탠드에 앉아 소리를 지르며 목이 쉬도록 원고를 읽었으며, 주말의 텅 빈 도서관을 내 방처럼 편하게 생각하고 지낸 적도 있었다.
누구나 한번쯤은 “내가 이런 모습이면 어떨까?”하고 흐뭇한 미소를 지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꿈꿔 오던 것이 있을 수도 있고 대학에 들어와 선배들을 보고 알게 된 것 중에 하나일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이룰 수 있을 만한 것인가’라는 확률이 아니다. ‘얼마나 간절한가’, 즉 그것을 향한 열정과 노력이다.
장기적 경제 불황이라고 한다. 취업이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절망 속에서도 그 절망을 인정하지 않는 자에게 있어 절망은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최선을 다할 때, 어느 날 자신이 그려본 그 모습의 내가 되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쉽게 얘기할 수 없었지만, 쉽게 포기할 수도 없었기에 남몰래 키웠던 꿈. 나는 이제 내 꿈의 첫 걸음을 내디뎠다. 앞으로 더 많은 좌절과 실패가 있겠지만, 포기하고 물러서지 않으려 한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내 모습이 언젠가는 내 꿈을 이룰 걸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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