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관에서, 대학 강단에서, 심지어 세계적인 국제학술대회까지. 사회 전 계층을 만나 ‘문화’라는 주제 하나로 소통하고 공감대를 형성해 가는 유지나(영화영상학) 교수.
스크린 쿼터 문화연대 이사장, 각종 언론 매체의 편집위원 등 활발한 문화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그녀가 대중과 소통하는 것은 이러한 문화활동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호주제 폐지 운동 등 사회적으로 소수 약자들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지 유명인사 유지나가 아닌 인간 유지나로서 대중들 앞에 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그의 공로가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에서까지 인정돼 지난달 17일 프랑스 학술공로 훈장 기사장을 받았다. 유 교수를 만나 그간 문화 활동과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 프랑스 공로 훈장을 수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 그동안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의 여러 나라에서 학술 대회를 통한 기조연설, 대학 강연 등을 통해 문화다양성운동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보호를 위해 노력해 왔다. 현재 하고 있는 스크린 쿼터 문화연대 운동 역시 이러한 문화 다양성 운동에 대한 하나의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할리우드 영화들이 전 세계의 영화산업을 잠식하려고 하는 것을 절대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에서 이러한 활동을 진행 하기 때문이다.
90년대부터 프랑스 언론에서 그동안의 활동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긍정적으로 평가해 왔던 것이 이러한 결과가 나올 수 있게 되었다고 본다.

- 스크린 쿼터 문화연대에서는 어떠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가.
= 스크린 쿼터를 지켜내겠다는 영화관련 인사들이 모여 조직한 스크린 쿼터 문화연대 초대 이사장이었던 문성근 씨의 뒤를 이어 2차 이사장 직을 맡고 있다. 현재 스크린 쿼터 문화연대는 각급 영화사 단위로 구성돼 있으며 스크린 쿼터제의 축소 논란이 제시될 때에는 비상대책위 등이 조직돼 대내·외적인 활동까지 함께 펼치고 있다.
이러한 조직의 전반적인 활동을 총괄하면서 국제 연대 사업이나 외신 인터뷰, 프로그램의 홍보 등을 진행 중이다.
스크린 쿼터제는 우리나라에서 할리우드의 영화의 문화 획일주의를 막을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아직까지는 미국영화에 비해 약자의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는 우리 영화의 문화적 다양성을 지켜나가기 위해 앞으로도 이와 관련한 사업에 적극 동참할 계획이다.

- 문화활동 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활동에도 동참하고 있는데.
=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의 신조이자 소명이라고 생각하는 일은 소수·약자들에 대한 인권운동에 적극 동참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지금의 나는 교수로서, 또는 여러 단체의 대표로서 명성을 얻고 있지만 그들과 같은 약자이기는 마찬가지이다. 아시아인, 또한 여성이라는 점만으로도 이는 설명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약자들의 경우는 문화적으로도 소외돼 강자들의 문화에만 길들여지기 마련이며 결국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못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친분이 있는 뉴질랜드의 어느 대학 교수의 경우는 W.T.O를 반대하는 자신의 입장을 대중적으로 알려 나가고 이러한 활동에 동참하기 위해 강의까지 휴직하는 것을 보았다. 이렇게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사회적인 운동에 참여하여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임무라고 생각한다.

- 교수로서의 바람이 있다면.
= 사실상 이렇게 문화적인 사안들을 바라보는 내 생각들과 현재 활동 중인 내용에 대해 학생들에게 강의 시간에 모두 전달해 주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나의 이러한 활동을 역할 모델로 삼고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제자들을 나보다 더 나은 실력을 갖춘 인재들로 키워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
또한 내가 현재 즐겁게 생각하며 활동하고 있는 이러한 모든 문화운동들을 학생들과 함께 공유해 나갈 수 있는 부분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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