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내외귀빈 여러분, 그리고 자랑스런 이십만 동문 여러분.
설레임 속에 마침내 그날이 돌아왔습니다. 한국 불교계 선각자들의 숭고한 염원과 의지로 우리 대학이 비로소 설립된 그날이 돌아왔습니다. 민중이 가난과 무지로 고통을 받고 민족이 외세의 침탈에 신음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국민 각자가 실력을 길러야 하고 민족 전체가 겨레의 운명과 시대적 정황을 자각해야 하는 시절이었습니다. 우리 대학은 불교의 전통과 민족의 비원이 만나는 자리, 바로 그 심오한 자리에서 인재 양성과 중생 제도를 목표로 백년 역사의 서장을 열었던 것입니다.
많은 고난이 있었습니다. 일제의 통치 아래 폐교의 위기를 수없이 넘겼고, 학교의 기반을 파괴하는 전쟁의 재앙을 겪었으며, 대학의 목적을 훼손하는 정치적 압제를 견뎠고, 인간 교육의 이상에 어긋나는 사회의 혼란을 수없이 만났습니다. 그럼에도 우리 대학은 대학의 사명을 다하고자, 교육에 충실을 기하고자 정성을 다하고 원력을 기르기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건학 백주년 기념일을 맞이한 오늘, 우리는 대학의 초석을 놓으신 과거 불교계의 고승대덕과 대학의 성장에 공헌하신 대학 안팎의 모든 분들을 존경과 감사의 마음으로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교수, 직원, 학생 여러분, 그리고 이십만 동문 여러분.
우리 대학은 아직 한국 최고의 대학이 아닙니다. 아직 가장 출중한 세계적 수준의 대학이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 대학은 한국의 많은 대학 중 하나에 불과한 것은 아닙니다. 우리 대학처럼 인류 보편의 이상을 교육 이념으로 가지고 있는 대학은 드뭅니다. 우리 대학처럼 한국의 유구한 전통에서 자라나온 대학은 드뭅니다. 우리 대학처럼 한국사회 발전에 이바지한 대학 또한 드뭅니다. 지난 백 년 동안 우리 대학이 배출한 인재 중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기억하고 자랑하는 업적을 남긴 사람은 사회의 모든 분야에 걸쳐 헤아리기 불가능할 정도로 많습니다. 우리 대학의 학통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불교, 인문, 예술 등 분야에서 우리 대학이 한국 정신문화 전반의 발전에 기여한 공적은 가늠하기 불가능할 정도로 지대합니다. 우리는 긍지를 가질 이유가 충분합니다. 우리 자신을 축하하고 격려할 이유 역시 충분합니다.
지금 우리 대학은 원대한 비전을 가지고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대학들이 국내외 대학들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우리 대학에 다가온 도전을 받아들이면서 교육과 연구 양면에서 수월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최근 우리 대학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교수들의 교육 및 연구능력 강화, 교육 시설의 개선과 캠퍼스 확충, 대학의 구조 조정, 국내외 대학과의 교류 촉진, 지역 사회 및 산업 기구와의 협력 확대 등 일련의 정책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대학의 실적을 나타내는 각종 평가 지표들은 우리 대학이 확실하게 상승 궤도에 들어섰음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교육과 연구 양면에서 수범이 되는 대학, 세계가 인정하는 특색 있는 대학은 우리에게 결코 요원한 꿈이 아닙니다. 지금 우리 대학은 과거의 모습과 다릅니다.
교수, 직원, 학생 그리고 이십 만 동문 여러분.
우리는 묵은 백 년을 뒤로 하고 새로운 백 년을 향해 나아갑니다. 대학의 기틀을 만든 선각자의 염원을 생각하며 우리 모두 분발합시다. 깊이 성찰하고 크게 구상합시다. 각자 본분으로 돌아가 자신을 반성하고 각오를 새롭게 합시다. 인재를 기르고 국가와 사회에 봉사하는 우리 대학의 업적은 각자 맡은 의무를 수행하고자 성의를 다함으로써 나날이 향상될 것입니다. 건학 백주년이 우리에게 주는 희망은 다른 곳에 있지 않습니다. 자식을 아끼듯이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들의 마음속에, 빈틈없이 업무를 처리하는 직원들의 마음속에, 밤새워 책과 씨름하는 학생들의 마음속에, 사회적 역할을 충실히 하는 동문들의 마음속에,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우리 모두 부처님 앞에 참회하고 서원하는 마음으로 돌아가 우리 대학과 맺어진 인연의 의미를 되새깁시다. 인연을 맺은 덕택에 누리는 보람과 짊어진 책임을 함께 생각합시다.
건학 백주년을 맞아 내외 귀빈 여러분과 우리 대학의 교수, 직원, 학생 그리고 모든 동문 각자의 삶에 크나큰 영광이 있기를, 우리 대학이 육성한 인재들이 겨레와 인류사회에 공헌함으로써 찬란한 영예가 이루어지기를, 민족의 화해를 통해 나라의 번영이 있기를, 또한 우리 대학이 부처님의 가르침과 함께 영원하기를 기원합니다.


홍기삼
동국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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