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애하는 동국 가족 여러분 그리고 내외 귀빈 여러분.
싱그러운 기운이 충만하고 만산에 각양각색의 꽃들이 펼치는 춘계의 향연이 참으로 아름다운 시절입니다. 오늘은 일본의 침략에 대응하고 민족의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 우리 동국대학교의 전신인 명진학교가 설립된지 꼭 100년이 되는 날입니다.
부처님께서 우주 만유의 진리를 세상에 펴신지 이미 2500여년이고, 그 진리의 당체인 제법실상(諸法實相)이 상주 불변하는 영원의 진여(眞如)라면, 우리의 건학 100년은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민족의 지난 100년이 식민지와 분단과 근대화라는 격랑의 시대였던 것에 비한다면, 100년을 맞이하는 우리의 오늘은 그런 칠흑의 격랑을 뚫고 내리는 한줄기 희망의 햇살과도 같다고 하겠습니다.
돌이켜 보건대 우리 선배들께서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현대적인 방식으로 해석함으로써 중생들에게 접근하여 혼탁한 사회를 정화하기 위해서, 당시 정치 권력으로부터 핍박과 멸시를 받아 사찰 재정이 심히 어려운 상황에서도 전국 17개 사찰에서 기금을 모아 명진학교를 설립하였습니다. 이는 구한말 승려의 도성출입금지가 해제된지 불과 9년만의 일로서, 실로 발빠른 근대화의 대응이라 아니 할 수 없습니다. 그리하여 지금은 교직원 일천명 재학생 이만여명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의 대학으로 성장하였습니다.
또한 우리의 선배들은 일제 강점의 시기에 민족 정신의 함양과 독립운동에 적극적으로 기여하였고, 그 때문에 총 두 번에 걸쳐 강제 폐교 조치를 당했습니다. 이처럼 그 어떤 부당한 세력에도 온 몸으로 저항하는 파사현정(破邪顯正)의 자세야말로 우리 동국정신의 근간인 것입니다.
피와 땀과 눈물이 요구되던 어려운 시절을 이렇게 오직 동체대비(同體大悲)의 일념으로 중생들과 살아냈던 그분들의 노고가 없었던들, 우리는 100년이라는 영광된 역사를 맞이하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따라서 지난 100년을 이어받아 새 100년을 준비해야 하는 우리에게는, 선배들이 격동기의 민족사를 선도했듯, 우리 후인들도 무한 경쟁 시대의 학문 세계를 주도해야할 책임과 사명이 주어져 있습니다.
이렇게 볼 때, 개인적 아집의 울타리를 넘어 인류와 생명 세계라는 전체를 향해 관심과 배려의 범위를 확산시켜 나아가는, 거시적이면서도 균형잡힌 시각을 도출하는 것, 지적 깊이와 인격적 넓이를 아울러 갖춘 존경받는 지도자를 키워내는 사표로서의 대학이 되는 것이야말로 우리 모두의 목표이며, 이 사회를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여법(如法)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비가 지나간 후에야 시냇물은 봄 소식을 전하니, 버들잎 푸르고 아침 안개가 천지에 가득합니다.
雨過溪流傳春聲 柳綠更帶滿曉霧

즉, 추위 속에서도 문득 버들강아지가 피어나고, 비가 온 후에야 새순도 푸르게 돋아납니다. 지난 겨울이 추웠기 때문에 봄이 반가운 것이고, 추위가 있기에 꽃향기가 좋은 것을 압니다. 우리의 현재가 고달프고 시련이 크기 때문에, 단비처럼 내린 부처님의 가르침을 참으로 반길 수 있는 것이고, 미래의 희망이 그만큼 소중한 것입니다.
우리가 자신에게 희망과 능력이 있음을 믿고, 화합과 지혜로써 정진해 나아가면 그 어떤 이상과 사명도 능히 성취될 수 있습니다. 오직 신념과 화합만이 일체 고난의 흐름을 건너게 해줌을 믿으며, 동국 새 100년을 맞이하여 다음과 같이 기원합니다.

원하옵건대 모든 부처님과 보살님과 천룡이시여.
우리를 옹호하여 주시며 우리를 떠나지 마옵시고,
어렵고 힘든 곳에 처했을 때는
아무런 재난을 만나지 않도록 하여 주옵시며,
이와 같은 큰 발원을 능히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시옵소서.
願諸佛菩薩天龍
爲我擁護不離身
於諸難處無諸難
如是大願能成就

환희와 감격으로 넘쳐나는 100주년의 아름다운 날을 맞이하며, 끝으로 동국 가족 여러분들의 그동안의 헌신적인 노력과 열성적인 봉사에 감사드리고, 여러분들과 동국대학의 앞날에 무한 행복이 충만하길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김현해
학교법인 동국대학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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