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목소리도 아우르는 ‘사람’을 위한 기자될 것

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나는 야간 자율학습을 마치고 학교를 나설 때면 맡을 수 있는 그 특유의 ‘저녁향기’를 사랑했다. 평범한 밤에는 맡을 수 없는 이 향기를 꼭 그 때에만 맡은 걸보면 아마도 하루를 뿌듯하게 마감했다는 데에서 생긴 스스로의 만족감이 아닌가 싶다.
살아가면서 내 삶에 만족하는 것은 쉽지만 어려운 일이었다. 수시 2학기로 대학에 합격해 친구들보다 조금 더 일찍 대학생활을 시작한 내게, 넘쳐나는 시간은 부담으로 다가왔다. 즐거웠지만 무언가 허전했던 개강총회와 새터, 달라진 교우 관계에서 생기는 고민은 나를 신문사로 향하게 만들었다.
“신문사에 들어가면 엄청 힘들다더라”는 선배들의 걱정을 뒤로 하고 들어온 신문사는 사실 힘들고 고생하는 곳이 아니었다. 오히려 이 곳에는 특별한 대학생활이 있었다. 미국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알 수 있었던 5.18행사, 치열한 농촌의 삶을 느꼈던 농활, 북쪽 사람들과 함께한 8.15 통일대축전은 내가 학생기자이기에 가능한 경험들이었다. 또한 힘들 때면 곁에 있어주는 동기와 선배들은 신문사 생활을 하는 내게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하지만 친구들이 여유롭게 캠퍼스를 거닐 때 나는 펜과 수첩을 들고 그 옆을 뛰어야 했고, 술자리를 거절할 때마다 멀어져 가는 친구들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교우관계에 소원해지고 휴가도 함께 못 보낼 만큼 가족에게 소홀해질 때면 ‘내가 신문사에 있는 이유’에 대해 수없이 고민했다. 더욱이 같이 입사한 동기들이 “힘들다” “내 시간을 찾고 싶다”며 하나 둘 자리를 떠나는 것을 보면서 함께 무너지려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렇게 지쳐갈 때 쯤, 어스름한 밤에 기사를 마감하고 신문사를 나서다가 다시 그 ‘저녁향기’를 맡았다. 힘이 생겼다. 내가 원하는 것은 남들과 같은 대학생활이 아니었다. 그러기에 4년이라는 시간은 너무 길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그동안의 두려움을 털어내고 보다 치열한 세상과의 만남을 통해 ‘특별한’ 대학생활을 지켜가려고 한다. 나는 ‘정기자’ 김경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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