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동국 가족 여러분, 이번 개교기념일은 일본의 침략에 대응하고 민족의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 우리 동국대학교의 전신인 명진학교가 설립된지 꼭 99년이 되는 날입니다. 이처럼 우리 대학이 한 세기라는 긴 세월을 존속할 수 있었던 것은 안으로는 불교계의 근대화에 노력하고 밖으로는 민족의 자주 정신을 선양하는데 앞장섰던 선각자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그분들의 희생과 불퇴전의 전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현재 위치는 당연히 도달해야 할 위상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아 심히 안타깝습니다. 선각자들이 격동기의 민족사를 선도했듯, 우리 후인들도 무한 경쟁 시대의 학문 세계를 주도해야 하지만, 작금의 평가가 그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우리들은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자기혁신을 위해 부단히 노력 할때 역사 앞에서 당당해질 수 있습니다. 사업과 공업으로 이루어지는 이 역동적인 시공간 속에서, 우리는 과거의 전승과 미래로의 전진이 함께 어우러진 조화로운 시대상을 재정립해야 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불교를 비롯한 인류 정신문화의 위대한 유산들을 충실히 계승하면서도, 그것이 바람직한 생명 세계의 건설이라는 진취적 방향의 토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개인적 아집과 독선의 굴레를 벗어나 인류와 생명 세계라는 전체를 향해 관심과 배려의 범위를 확산시켜 나아가는, 거시적이면서도 균형잡힌 시각을 도출하는 것이야말로 바로 반야(般若)의 묘용(妙用)인 것입니다.
우리가 지향하는 대학은 직업적 지식 전문가를 양산하는 세칭 일류대가 아니라, 지적 깊이와 인격적 넓이를 아울러 갖춘 존경받는 지도자를 키워내는 사표로서의 대학이어야 합니다. 우리는 바로 이런 대학을 만들어내야만 하는 사명감과 함께 이를 실현시킬 수 있는 능력 또한 갖추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믿음은 모든 흐름을 건너게 하고, 게으르지 않음은 넓은 바다를 건네주며, 정진으로 모든 고통을 버리고, 지혜로써 맑고 깨끗하게 되느니라.”
이는 우리에게 희망과 능력이 있음을 믿고, 화합과 지혜로써 정진해 나아가면 저 요원해 보이는 듯한 이상과 사명도 능히 성취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삼동의 추위가 뼈에 사무치게 느껴지지 않으면, 어찌 봄의 매화향을 느낄 수 있겠습니까. 우리의 현재가 고달프고 시련이 크기 때문에, 단비처럼 내린 부처님의 가르침을 참으로 반길 수 있는 것이고, 미래의 희망이 그만큼 소중한 것입니다. 우리의 정진과 선연의 축적으로, 미래의 단순한 예측을 넘어 미래를 새롭게 창조해 나아갈 때입니다. 우리 모두 화합하여 이상의 성취를 향해 정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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