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7일 오전 11시부터 학림관 앞 사제동행비로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한다. 5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 ‘일곱 친구들’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2000년도 새내기 새로 배움터 사고. 이 날 다른 세상으로 떠나간 7명의 친구들을 위해 학생들은 매년 힘을 모아 새터 추모제를 준비한다.
추모제 1주일 전부터 학생들은 행사에 전시할 연등을 만들기 시작한다. 학생회관에 모여 직접 손에 풀을 묻혀 종이를 꼬아서 말이다. 여기 모이는 학생들은 누구의 부탁으로 온 것이 아니다. 매년 이 때 쯤이면 자발적으로 이 곳을 찾아온다. 재학생과 졸업생 그리고 신입생까지 누구든 언제든 연등을 만들러 온다. 사범대 국어교육과의 한 신입생은 “5년 전의 친구들을 기억하며 행사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 같다”며 연등을 만든다. 옆에는 추모제에서 진행할 노래를 연습하는 학생들도 보인다.
추모제 시작 하루 전, 그동안 모았던 모금함을 털었더니 60여만원의 돈이 모였다. 꽤 많은 사람들이 추모행사를 잊지 않고 후원했다. “오전에 추모제만 진행하고 사람들을 그냥 집에 보내기는 아쉽잖아요”라며 미소 짓는 정기훈(정보관리 05졸)군. 이번 추모 모임 회장이자 당시 사고피해자이다. 그는 후원금 중 일부로 추모제가 끝난 후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따뜻한 식사할 수 있도록 ‘한솥밥 해먹기’를 기획했다. 또한 사제동행비 앞에서 일곱친구들이 있는 주변에 정성스레 만들었던 연등을 달고 비석을 닦아주며 주변청소를 한다.
‘깽깽깽’풍물소리가 동악을 돌며 추모제 시작을 알린다. 사제동행비 주변을 꽉 메울 정도로 사람들이 제법 모였다. 정기훈 군의 여는 말이 끝난 뒤 ‘일곱 친구들’의 부모님과 선배 그리고 후배들은 향을 피우고 술을 따라주며 헌화한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학내 이곳 저곳을 보면 너희들이 계속 생각난다”라는 강성희(국교 03졸) 양의 편지글처럼 5년의 세월이 흘렀어도 아직까지 친구들의 눈물은 지워지지 않는다. ‘일곱 친구들’은 당시 학생들의 마음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새내기들도 추모 노래와 시로 만나보지 못한 선배에게 인사를 청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따뜻한 닭죽 한 그릇 들고 가세요.” 이전의 추모제였으면 행사를 마치고 사람들은 집으로 향했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닭죽과 누룽지탕 그리고 주변음식들을 준비해 참가자들이 쌀쌀한 날씨에 차가워진 속을 따뜻하게 채울 수 있도록 했다. 이들은 속을 달래며 그 날의 슬픔을 씻을 것이고 기억을 가슴 한구석에 묻어 둘 것이다.
‘일곱 친구들’은 불의의 사고로 먼저 다른 세상으로 떠났다. 하지만 남아있는 이들은 떠난 일곱 친구들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기도하고 또 기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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