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 공대 건물인 원흥관은 다른 건물들에 비해 유난히 조용하고 어둡기까지 한 것이 특징이다. 이유는 교수와 학부, 대학원생들이 함께 모여 연구하는 실험실, 연구실 등이 많이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연구실 중에도 특히 환하고 조금은 시끄럽기까지 한 연구실이 있다. 생명화학공화과 박정극 교수의 생물화공연구실이 바로 그곳이다.
아침을 가장 먼저 열고, 저녁을 가장 늦게 마무리하는 박 교수의 연구실만의 특징은 다른 공과대 교수들이 부러워 할 만큼 학부생, 대학원생 등 학생층이 다양하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연구실에는 학생 수가 4, 5명인 것에 반해 생물화공 연구실에는 학부생과 대학원생, 연구원 등을 합쳐 총 11명의 연구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10평 남짓한 연구실의 공간이 부족해 교수 옆자리까지 학생이 쓰고 있을 정도라고 하니, 여타의 공대 교수들이 함께 연구할 제자들이 부족해 고충을 겪고 있는 점에 비하면 행복한 비명이 아닐 수 없다.
“오는 사람 안 막고, 가는 사람 안 잡는 것이 우리 연구실의 특징이라네.” 박정극 교수의 철칙 중 하나는 학년에 상관없이 연구에 관심이 있어 찾아오는 학생은 연구원으로 활동하게 하되, 적성에 맞지 않는 학생은 언제든지 자발적으로 다른 길을 찾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자유로운 분위기를 추구하는 교수의 이러한 특성 때문인지 연구원들은 학년이나 학부생, 대학원생 등에 상관없이 조화가 잘 되고 편안한 분위기로 연구하고 있다. 특히 연구실 옆에 마련돼 있는 실험실에서는 삼삼오오 모여 무엇인가를 열심히 설명하는 사람과 진지한 자세로 이를 지켜보는 무리를 볼 수 있다. 연구실에 들어와 3개월에서 6개월 정도는 수습기간을 거치는 데 이 기간동안 선배들이 연구실을 청소하는 방법부터 실험 기자재를 다루는 법 등을 하나하나 가르쳐 나가기 때문이다.
실험실에서 가장 나이가 어리다는 한 학부생은 “막내는 매일 아침 제일 먼저 와서 연구실 문을 열고 청소를 해야 하는 것이 규칙이에요”라며 살며시 옆에 있는 선배 대학원생의 눈치를 살핀다.
한편 학생들이 연구를 위해 바쁘게 연구실과 실험실을 드나드는 한 쪽 벽면에는 ‘애병여자 우대여가(愛兵如子 憂對如家)’라는 문구가 적힌 액자가 걸려있다. 교수와 학생들이 함께 걸었다는 액자의 글 속에는 이 곳 연구실의 철학이 그대로 녹아있다. 동료이자, 제자, 또는 후배를 자기 자식처럼 사랑하고, 하나의 작은 사회라고 할 수 있는 이 곳 연구실을 가족처럼 걱정하고 생각하자는 전체 연구원들의 바람이 담겨있는 것이다. 이러한 철학을 실천하기 위해 이곳 연구실에서는 매 학기 전체 연구원들과 그동안 연구원을 거쳐 간 실험실 졸업생들이 모여 친목도모를 위한 엠티도 가고 있다.
“비결은 무슨, 화요일 목요일에는 특히 좀 화목하지, 그런데 월, 수, 금요일이 문제라니깐” 주변 교수들, 심지어 공대 건물 수위 아저씨들까지 인정하는 화목한 연구실의 비결이 무엇인 지를 묻는 질문에 요일을 이용한 농담을 하며 환하게 웃는 박정극 교수. 이러한 그의 열린 마음과 그러한 교수를 믿고 따르는 학생들이 있기에 오늘도 생명화공 연구실의 불은 쉽게 꺼질지를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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