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밀한 의사소통 가능한 총학생회로 거듭나야

사회자=학생회를 평가하기에 앞서 학생회의 역할이 무엇인지 논의해야 할 것 같다. 각자가 생각하는 학생회의 역할은 무엇인지.

박혜영=학생회의 역할은 학생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동시에 학내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민지=비슷한 생각이다. 대학은 사회에 나가기 전에 경험하게 되는 작은 사회이기 때문에 민주주의를 배우는 곳이다. 자유롭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고 학생회는 이러한 분위기가 형성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김영수=학생들이 편하게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복지부분에 초점을 맞춰 학생들의 이익을 위해 학교에 요구사항을 개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총학 사업 마무리 아쉬워

사회자=전 총학생회장으로서 올해 총학생회 사업에 대해 평가를 내린다면.

구자룡=올해 총학생회가 주도한 본관점거 투쟁은 마무리를 잘 짓지 못해 아쉽게 생각한다. 등록금 투쟁 방법으로 본관점거를 택할 때, 더 많은 학생대표자들, 학생과 함께 고민해보고 얘기를 나눠보려고 노력했음에도 의견이 분분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특히 본관점거 중에 여러 차례 물리적 마찰이 일어난 점은 유감이다.
하지만 방법과 과정상의 문제가 전체적인 본질을 흐리는 사태가 벌어져서는 안된다. 학교측은 학자투쟁의 본질적인 요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으면서 방법상의 과격함에 대해서만 문제를 제기한다. 그러나 요즘 시대에 맞는 새로운 방법과 과정은 무엇인지에 관해 고민해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정대로라면 총학생회 공약은 지금도 이행되고 있어야 하는데, 1학기 때 제적이 돼 총학생회가 비대위 체제로 전환되면서 총학생회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해 학생들에게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상반기 감사를 받으면서 공약평가를 했었는데, 학생들에게 했던 약속을 많이 지키지 못했다. 총대의원회 체제를 해소하고 전학대회체제 건설을 추진했으나 실패했고 청년실업해소를 위해 졸업준비위원회와 취업지원팀의 연계를 강화하려고 했으나 이도 잘 시행되지 않았다.

‘운동권’이미지는 탈피해야

사회자=이른바 ‘운동권’성향의 총학생회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근래 총학생회가 학내활동보다 학생운동에 치우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 어떠한지.

김영수=학생회는 학내의 정치적 조직이라고 생각한다. 자신과 생각이 같은 사람을 지지하고 그 사람에게 투표하는 모든 과정이 정치이다. 그러나 총학생회가 정치적 성향을 띠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국가보안법 폐지, 이라크파병반대와 같은 정치적 이슈들은 총학생회와 생각이 다른 학생들도 많다. 대학생으로서 사회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그것은 개인의 차원에서 해야 할 일이지 동국대 전체 학생을 대표로 하는 총학생회에서 해야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총학생회의 정치적 입장이 동국대 학생 전체의 정치적 입장은 아니기 때문이다.
운동권 학생회가 학생들로부터 외면 받는 이유는 운동권 학생회가 복지적인 사업보다는 대외적인 정치적 사업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집회에 나가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정치적 활동이 활발할수록 복지사업에 여력을 쏟을 여유가 없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구자룡=학생회의 목적은 학생들의 이익과 권리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의 이익은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첫째는 말 그대로 학생들의 이익만을 고려한 것과 둘째는 사회속에서의 대학, 그리고 대학생의 역할을 고려한 학생들의 이익이다. 정치적이기는 하지만 대중의 호응을 받고 있는 국가보안법폐지와 같은 사안들이 논의되고 있는 사회 상황 속에서 단순히 학생회가 학생들만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총학생회도, 그 동안의 운동권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몇 몇 단과대들도 한총련 계열의 총학생회이기 때문에 어떤 사업도 함께 하지 않겠다는 식의 이분법적 논리는 버렸으면 좋겠다.
이재원=대학생으로서 자신이 살고 있는 나라의 정치나,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관심이 없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총학생회가 어느 정도의 수준에서 정치적인 사안과 관련한 활동들을 하고 그것을 학생들에게 알려나가는 작업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자유로운 의사소통 구조 필요

사회자=앞으로 총학생회가 어떠한 방향으로 활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이재원=솔직히 말하자면, 학생회비가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잘 모르겠다. 물론 전부터 관심을 갖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총학생회에서도 예산 내역을 밝히는 활동들을 더욱 활발하게 했으면 좋겠다.
총학생회가 어떤 사업을 시작할 때, 일반학생들이 ‘또 투쟁 하나보네’라는 식의 생각보다 애정 어린 관심을 가지려면 서로간의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 이러한 신뢰는 학과 학생회의 활동으로부터 시작된다.
김영수=총학생회가 일은 열심히 하고 있는 것 같은데, 학생들에게 그러한 총학생회의 활동이 와닿지가 않아 결과적으로 예산집행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때문에 소통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강조된다.
학과 학생회가 활성화되어야 하는데, 학과학생회가 세워지지 않은 학과가 많다. 때문에 학생회 조직을 간소화시키고 조직체계를 벗어난 자유로운 소통을 통해 학생회의 일을 알려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전자우편을 통해 총학생회을 비롯한 학생회의 소식을 알린다거나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한 학생들간의 의사소통의 활성화 등이다.
유민지=사회학과의 경우에는, 사과대가 비대위원장이 없는 비대위체제로 운영됐기 때문에, 새터를 준비 때까지는 과학생회들이 모이는 단과대 운영위원회가 있었는데, 곧 활동이 중단됐다. 학과 학생회, 단과대학생회, 총학생회의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먼저 학과단위의 학생회가 활발하게 운영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학과학생회는 선거를 통해 세워진 학과보다는 일정한 규칙 없이 세워진 학과학생회들이 많아 학과학생회장이 책임감을 갖지 못한 경우가 많았고 학과학생들로부터 인정받기도 힘들었다. 따라서 학과학생회도 회의구조를 제대로 갖추고 선거를 통해 학과학생회장을 선출하는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지금 현 총학생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총학생회와 학생이 괴리돼 있다는 점이다. 총학생회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학과 학생회부터 활발한 활동을 해야 한다. 총학생회는 학생들 개개인과 만나기가 힘들다. 그러나 학과 학생회에서는 가능하다. 일대일의 만남을 통해 학과 학생회부터 일반 학생들을 참여시키는 작업이 중요하다.
박혜영=나는 컴퓨터공학과 학생인데, 대부분의 컴퓨터 공학과 학생들은 학생회가 무슨 활동을 하는지 모른다. 우선 학생회가 무슨 사업을 하고 있는지를 알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는 총학생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구자룡=학생회비 예산은 학생들로부터 학생회비 8000원을 받아 각 학생자치기구의 성원수에 비례하는 예산을 분배한다. 이러한 예산은 단과대 학생회까지 분배가 되고, 학과 학생회는 개별적으로 학생들에게 학과 학생회비를 걷고 있다. 이것 때문에 불만이 있는 학생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는 점차 학생회비가 통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산공개와 관련해서는 조금 더 부지런하지 못했고 꼼꼼하게 챙기지 못했던 부분은 인정한다.
학생들에게 바라는 점은 일단 학생들이 선택한 학생회이니 만큼 믿고 따라주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총학생회가 편향적인 측면, 곧 학생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는 정치적인 사안을 가지고 학생회 활동을 하는 사람들끼리만 공감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총학생회에 대한 다양한 비판들은 총학생회의 발전적인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하다. 앞으로도 이러한 기회가 자주 마련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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