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모작품이 많은 편이 아니어서 학생들의 전반적인 창작 열기가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섯 편의 작품들은 소설 쓰기가 요구하는 치열한 자기반성과 세계를 향한 투쟁의 강도가 만만치 않았다. 예컨대 이번 응모작들은 도덕적 자아를 상실한 개인의 뒤틀린 내면 의식을 치열하게 형상화하는 데 주력하는 편이었다.
‘목격자’, ‘나를 닮은 것은 내가 아니다’, ‘대동여지도와 튼튼한 동아줄’이 표방하는 세계는 그러나 그 치열성에도 불구하고 미학적 완성도가 부족했다. 실연한 무명 만화가의 음울한 내면 풍경을 그리고 있는 ‘나비의 무게’는 이들에 비해 한결 돋보이는 작품이지만 가작으로 추천한다.
‘흐르는 모래 발자국’은 수작이다. 사하라 사막에서 생존 투쟁을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이색적인 소설인데, 기성 작가의 솜씨에 비해 손색이 없다. 감각적이고 섬세한 문장, 사랑과 고독의 이름으로 생의 심연을 응시하는 나래이터의 시선, 절제된 인물 묘사, 삶과 죽음을 상징하는 물과 모래의 이미지 처리 기법 등 서사 전체가 매혹적이며 둔중한 울림을 전해준다. 게다가 이야기의 무대가 독서 체험의 영역을 풍성하게 확장해준다. 사하라 사막의 알제리 령 부근에 사는 타자칸트 족의 아랍 소녀와 길을 잃고 헤매는 세 사람의 외국인들에 관한 이야기-듣기를 통해, 한국문학이 추구해야 할 보편적 가치와 세계문학으로서의 가능성을 꿈꾸어 볼 수 있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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