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로 남겨진 아이들의 집터인 ‘삼동소년촌’을 매주 2회씩 찾아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쳐주는 교육봉사동아리 ELF(Education Love Friendship). 대학생의 멘토링 현장을 직접 담아내고자 봉사활동을 동행취재 하기로 약속한 시간이 다가오고, 설레는 마음으로 동아리 방으로 내려갔다.
오후 6시, 십여 명의 ELF학생들과 함께 충무로 역으로 향했다. 40여분 간 전철을 타고 봉사활동 장소가 위치한 월드컵경기장역에 도착했다. 아이들이 기다리지 않을까 걸음을 재촉하는 ELF학생들을 따라 가다보니 ‘삼동소년촌’이라 쓰여진 팻말이 보였다. 소년촌 입구에 들어서자 여기저기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눈에 띄었다.
“안에 들어가면 다들 ‘선생님’으로 호칭해야 하는 거 아시죠? 오늘도 수고 하세요”
학생들은 소년촌으로 들어가기 전 아이들을 가르칠 때 주의해야 할 사항을 확인하고 공부방으로 들어선다. 이제 막 저녁식사를 마치고 내려온 아이들로 공부방은 북적거린다. 아이들이 모두 모이고 본격적인 공부시간이 시작됐다.
“현민아, 오늘 어디 공부할 차례지?”
이제 막 사춘기를 지난 현민이는 공부하기가 싫은 모양이다. 공부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 테이블, 저 테이블 일에 간섭하기 시작한다. 혹시나 취재로 인해 방해가 되는 건 아닌 지 걱정이 돼 현민이에게 공부하라고 다그치지만 현민이는 “네네~.” 대답만 잘 하고 여전히 딴 짓이다.
독일의 통일과정에 대해 토론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이재철(건축공2)군이 있는 테이블에 다가가 아이들에게 “형에게 배우면서 성적은 올랐냐”고 묻자 이 군 옆에 있던 중학생과 고등학생들은 여기저기서 성적이 올랐다며 아우성이다.
이번이 세번째 방문이라는 허윤민(식공1)양은 “처음엔 아이들이 말도 안하고, 마음을 열지 않아 힘들었는데 요즘은 말도 잘 하고, 장난도 치면서 재밌게 하고 있다”며 웃는다. 테이블에 아이들과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앉아 한자와 영어, 수학, 토론 등 다양한 수업을 진행하고, 직접 학습 자료를 만들어 아이들을 가르치기도 한다.
학생들과 아이들이 어울리는 곳곳의 모습을 담고자, 셔터를 누르며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는 찰나 갑자기 아이를 가르치던 학생이 “저기요, 죄송하지만 아이가 공부하다가 플래쉬 빛 때문에 계속 놀라거든요. 조금만 신경써주세요”라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20살이 갓 지난 대학생들이지만, 아이들을 가르치는 공간 안에서 그들은 학생이 아닌 ‘선생님’이고, 그 곳은 신성한 ‘교실’임을 기자가 잠시 깜빡하고 말았다. 깜짝 놀란 눈으로 기자를 바라보던 아이는 다시 공부에 집중하고, 기자는 야속하게 터져대던 플래쉬와 카메라를 뒤로 감춘 채 살며시 자리를 벗어나야 했다.
취재 시작할 때부터 사진 찍는 것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던 아이는 어느 새 공부하던 무리를 벗어나 봉사 활동하러 찾아온 조경민(컴퓨터공3) 군 옆에 자리를 잡는다. 1학년 때부터 봉사활동을 해와 지금은 소년촌 아이들이 친동생들처럼 정답게 느껴진다는 조 군은 남학생들과 함께 게임이야기도 하고, 고민도 들어주며 시간을 보냈다.
1년 넘게 이 곳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해왔다는 홍연숙(교육2) 양은 “처음 가르치기 시작했을 때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애들이 참 착하다”며 “꾸준히 아이들을 찾으니 처음에는 눈도 안 마주치던 아이들이 마음을 열고,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어느새 내 이름도 알고 있다”며 보람을 얘기한다. 어느덧 1시간이 훌쩍 지나고, 아이들은 나가기 시작한다. 아이들이 다 나간 공부방에서 학생들은 한사람씩 돌아가면서 아이들의 출석체크를 하고, 오늘 진도와 앞으로 개선해야 할 점들을 발표하면서, 한 시간 동안의 봉사활동시간을 마감했다.
‘가르침’은 단순히 무언가를 알려주는데 그치는 것이 아닌,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을 이어주는 연결고리이다. 취재를 마치고 소년촌을 나오면서 사랑이 가득 담긴 그들의 모습에 쌀쌀한 날씨에도 마음속 깊은 곳까지 훈훈함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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