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구파발역에서 내려 경기도 고양동 시장 앞에서 꼬불꼬불한 길을 걸어서 도착한 중남미 문화원. 입구에 들어가니 넓은 문화원 부지에 친숙한 멕시코 민요 ‘라 쿠카라차’가 낮게 울려 퍼지고 화려한 색상의 정원과 붉은 벽돌의 건물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아침 일찍 중남미 문화원을 찾은 이긍하(24) 씨는 “문화원이 기대 이상으로 경관이 빼어나 놀랐다”며 “다른 나라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이곳은 아름다운 경관 덕분에 학생들의 견학은 물론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유명하다. 개장한지 얼마 안 된 이른 시간에도 이미 견학 온 학생들과 중년남성 등이 관람하고 있는 모습은 중남미 문화원의 인기를 가늠하게 했다.
외국 문화원은 그 나라의 문화 홍보를 위해 각 나라에서 직접 설립·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누구든 중남미 문화원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그 규모와 잘 정돈된 내·외관에 중남미 국가가 직접 운영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곳은 30년 동안 중남미 4개국에서 외교관으로 활동한 이복형, 홍갑표 부부가 은퇴와 동시에 설립한 사설 기관이다. 이에 대해 지난 58년 우리학교 법대를 졸업한 이복형 원장은 “중남미의 문화를 국내에 알려 국가 간 교류에 힘쓰려 설립했다”며 “평소 중남미 문화에 관심이 많은 이들 이외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중남미에 대한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문화공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보기만 해도 눈이 즐거운 3,500여 점의 희귀 예술품과 민속품은 이 부부가 오랜 해외생활 동안 수집한 것들로 평상시 보기 힘들다는 데 그 매력이 있다. 중남미에 대한 종합적 테마, 문화공간은 아시아에서도 유일하다고 한다. 지난 10월에는 이런 점이 높이 평가돼 문화관광부에서 문화훈장을 받기도 했다.
94년 설립된 박물관에는 토기·석기·목기·가면·민속공예·생활의 6개 주제별 전시실이 있다. 이곳에서는 인디오 문화의 대표적 예술품 등을 관람할 수 있다. 97년에 개관한 미술관은 중남미 화가들의 전시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고, 여기서 민속공예품을 구입할 수도 있다. 또한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야외 조각공원에서는 중남미 12개국 작가들의 조형물을 감상할 수 있다. 내년에는 명상 등 정신수양을 할 수 있는 카피아(기도실)을 설립할 계획이다. 또한 3월부터 10월까지 주말과 공휴일에는 조각공원에서 멕시코 전통음식인 ‘타코’를 맛볼 수 있다. 타코는 옥수수 전병인 또띠아에 잘게 썬 소, 돼지, 닭고기, 야채 등의 양념을 곁들여 먹는 음식이다. 또한 쌀과 닭고기, 해산물 등에 샤프론이라는 향신료를 첨가하는 음식 ‘빠에야’도 흔히 접할 수 없는 중남미 문화원의 별미다. 미리 예약하면 점심에 풀코스로 먹을 수 있다.
제자들과 함께 중남미 문화원을 찾은 초등학교 교사 강숙영(43) 씨는 “아이들에게 평소 접하기 힘든 문화를 보여주고 싶다”며 “특히 조각공원의 경관이 멋져 원래 자주 찾는 장소”라고 한다.
사람들의 타국의 문화에 대한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독특한 테마 문화관이 되기 위해 항상 노력한다는 중남미 문화원. 중남미 문화가 낯설게 느껴진다면 아름다운 중남미 문화원으로 여행을 떠나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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