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 시트콤 ‘레인보우 로망스’의 한 장면에는, 전력을 다해 신입생들에게서 도망 다니는 선배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는 이렇게 외칠 것이다. “06들이 무서워~이제 파산이야!”
어찌나 현실적이던지 보면서도 피식 웃음이 나왔던 기억이 난다.
대학 새내기로서 선배들과 친분을 쌓아가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기 마련이다. 그 중에서도 한 끼 식사를 선배와 함께하는 시간만큼 좋은 기회도 없다. 물론, 선배들에게는 약간의(?!) 금전적 손실이 발생한다.
실제로 3월에는 점심시간 즈음하여 학과실에서 선배들의 그림자도 찾을 수 없었던 날도 있었다.
겨울 방학 내내 비축해 두었던 알바 비용을 한 달 만에 밥값으로 써버렸다는 선배도 보았다. 나는 안타까운 마음에 매번 내 돈으로 배를 채웠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에게 ‘파산 위기’가 다가왔고 결국 선배 한 분에게 긴급 구조를 요청하게 되었다. 식사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대학의 밥문화’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다. 사실 한편으로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조금 있었기 때문이다. 왜 무리를 해가면서까지 식사 자리를 챙기냐는 내 말에 선배는 이런 말을 해주었다.
“한 끼 식사로 ‘사람’을 얻어갈 수 있잖아!”
그렇다. 대학은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과 그 만남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장소이다. 매일 거르지 않는 ‘일상의 식사’에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것은 이미 그 자체로도 새로운 만남이 될 수 있다.
이제 출발선에 서 있는 새내기에게 선배라는 든든한 응원군은 큰 힘이 된다. 어쩌면 새내기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그렇다면 놓치지 말자. 지금 당장 선배를 찾아가서 말해야겠다.
“선배, 저 밥사주세요.”
그들도 왕년에 그러했듯이, 시작은 ‘밥’이다.

노애란(사과대1)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