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기 기말고사가 끝나갈 무렵 김환기 교수님과 나를 포함한 6명이 설악산에 다녀왔다. 시험이 끝난 바로 다음날이어서 조금 설레는 기분이기도 했다. 설악산은 중학교 이후로 처음이었다.
약 3시간정도 버스를 타고 달려 설악산에 도착했다. 우선 가방에 짐을 나눠 담고 대청봉에 오르는 것을 목표로 산을 올랐다. 4·19등반대회의 북한산과는 처음부터 달랐다. 가파른 비탈길에 조금은 다들 지쳐가기 시작한다.
“아, 드디어 정상이다”
그렇게 대청봉은 얼굴을 내비쳤다. 산행은 우리에게 정말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말이 가장 적당하다. 힘들어도 계속 걸어간다. 정상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청봉에 올랐을 때의 그 느낌. 조금씩 나눠 마신 막걸리의 달콤함. 비록 머문 시간은 우리 인생의 긴 시간 속에 순간에 지나지 않지만 그 느낌과 마음은 가슴 한켠에 작게나마 새겨지리라 믿는다. 정상에서 바라본 설악의 웅장한 몸짓. 희미한 구름을 발아래에 두고 마치 세상의 정상에 닿은 듯한 느낌으로 걸어갔다.
대청봉에 오르는 일이 가장 힘들거라 생각했었지만 사실은 내려오는 길이 더 힘들었다. 교수님과 우리는 지쳤지만 끝까지 걸었다. 중간에 있던 계곡에서는 물에 발을 담그고 휴식을 가지기도 했다.
짧은 여행이었다. 많은 걸 느끼고 얻었다. 다리가 아픈 만큼 마음은 든든했다. 힘들 때 서로 도와주고 감싸주는 우정, 정상에 다다른 성취감. 학교에서는 얻을 수 없는 새로운 것들이었다. 특히 교수님께서 주신 마른 파인애플의 맛은 잊지 못할 것만 같다.

박동선(문과대 일문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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