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하늘’이 있다. 사실 난 살아가면서 하늘을 바라본 적이 거의 없다. 그래서 지금 말하고자 하는 ‘하늘’은 자연 상에 존재하는 ‘하늘’의 의미와는 다르며 종교에서 말하는 우월존재로써의 ‘하늘’과도 다르다. 하늘은 나의 친구다. 하늘은 가르치지도 꾸짖지도 않는다. 지금 현재의 나의 삶을 축복해 주고 무한한 평안을 선물해 준다. 살아감에 있어서 하늘의 존재를 망각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틱낫한 스님이 말씀하시길 우리의 마음엔 수많은 씨앗이 있으며 어떤 씨앗에 물을 뿌릴지는 전적으로 우리 마음에 달린 일이라고 한다, 어떤 씨앗이 꽃을 피우느냐에 따라 기쁨, 연민 등 긍정의 감정과 절망, 질투 등 부정의 감정들이 발양된다고 했다. 하늘은 언제나 내게 긍정의 씨앗을 가려 물을 뿌릴 줄 아는 혜안을 준다.
어느 날 문득 ‘하늘’이 생각난 건 우연이 아니다. 가슴 가득 하늘을 품으며 난 웃었다. 그 웃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르지만 갑자기 내 존재가 거대해진 느낌이 드는 것은 내가 하늘과 함께 하고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거대한 존재 앞에 섰을 때 주눅이 들거나 그 존재 앞에서 무기력한 자신을 보게 된다. 이것이 바로 우열주의다. 하지만 나의 하늘은 거대한 그 존재감을 나와 함께 공유한다. 내가 하늘이고, 하늘이 나다. 고로 나의 기세는 세상을 덮는다.
동학에서는 ‘인내천’ 사상을 널리 퍼뜨렸다. 이 사상에는 사람이 곧 하늘이니 하늘 아래 사람은 모두 평등하다는 인간평등 사상과 모든 사람을 하늘 같이 존중해야 한다는 인간존중 사상이 잘 나타나 있다.
그래서 하늘이다. 하늘을 생각할 때 내 눈은 더욱 빛나고 더 멀리 본다. 그리고 솟구쳐 오르는 자신감을 느낄 수 있다. 그렇다. 나의 하늘은 나를 나 자체로 있게 해주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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