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그런 그의 모습에 쉽사리 공감의 의사를 밝히지 못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면 그를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우리는 때때로 너무 자라버린 혹은 너무 무뎌져버린 키와 감정에 회의를 보내며 유년시절의 순수함을 그리워하지는 않았던가?
피터팬처럼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이 꿈이었던 내 어린 시절.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미 오래전에 알아버린 나이지만 아직도 유아적인 이 꿈을 내동댕이치지 못하고 있다. 이룰 수 없는 이상에의 동경인가, 좌절에 굴하고 싶지 않은 일말의 오기일까.
가끔 꿈에서 하늘을 유영하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나는 그 꿈속에서조차 눈부신 비상을 이루어내지 못한다. 이만큼이나 내가 현실적인 어른이 돼버린걸까. 나를 누르는 현실의 무게가 그대로 어깨에 전해져 기분이 씁쓸하다.
가야할 길이 바빠 뒤를 돌아볼 여력도 없는 나와 내 친구들, 선배들에게 고조곤히 이야기해본다.
가끔은 뒤를 돌아보고 숨을 고르며 잊고 있던 피터팬을 깨워보라고. 더 멀리 더 높이 날기 위해 감춰둔 내 안의 순수함을 꺼내보라고.
이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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