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만약 개나 고양이 같은 동물들도 사람들처럼 말을 할 수 있다면, 과연 무슨 말을 할까. 그에 대한 답은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서 내가 찾은 답안은 ‘인간의 이중성 비판’ 이었다.
일본의 국민작가 나쓰메 소세키는 고양이의 시각을 통해서 본 인간세상을 아주 기막히게 풍자하였다. 고양이는 상황이나 장소에 별로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이 이동하며 집안사람들의 모든 모습들을 본다. 면학도인 척 하는 집주인이 매일 두 세장 정도 책을 읽다 잠드는 것, 자칭 미학자인 허풍쟁이 메이테이의 말도 안 되는 변명들을 보면서 고양이는 생각한다. ‘그들은 제멋대로 행세한다고 단언할 수밖에 없게끔 되었다’라고. 같은 ‘사람’의 입장에서 내가 본 그들의 모습 또한 참으로 탄식할 만한 일들 밖에는 일어나지 않는다. 지식인들의 속세인적 측면, 배금주의 등 이 책의 모든 인간들이 보여주는 어리석은 행위는 나의 웃음을 자아내는 동시에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나의 이중적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다.
누구나 자기의 이중적인 모습에 놀란 경우가 있을 것이다. 집 앞 슈퍼에 갈 때와 시내 백화점에 갈 때의 옷차림이 다른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대인관계나 도덕성과 관련된 양심 문제 등에 이르는 나와 다른 사람들의 이중성은 별로 좋지 못한 모습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 보면, 인간이기에 나타날 수 있는 이러한 문제들이 바로 인간의 특성을 잘 드러낸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인간은 이러한 이중성을 알고 있으며,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인간을 더욱 인간답게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날카로운 문체 속에 은연중 베어있는 은은함과 따뜻함은, 인간이기에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을 인정하고 감싸 안고 싶어 하는 작가의 생각이 나타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고양이는 인간사의 단편적인 허무함과 씁쓸함을 동감하며 맥주에 취해 물웅덩이에 빠져 죽어간다. 하지만 내가 고양이었다면, 좀 더 밝은 면을 찾아보려고 애썼을지도 모른다. 고양이의 눈에 비친 것은 인간의 나약한 모습밖에는 없었기 때문에 비판에 비판을 거듭하기만 할 뿐이었다. 이중성을 극복하려는 인간들의 모습 또한 보았다면 좋았을 것이다.
고양이가 들려주는 얘기는 참으로 재미있었다. 문장 하나하나마다 빛나는 관찰력과 재치 있는 표현력으로 많은 분량의 책이었으나 지루하지 않았다.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는 즐거움을 마음껏 느낄 수 있었기에, 주변 사람들에게 권해줄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