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의 변화와 개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특히 지금은 건학 100주년을 앞두고 구성원 전체의 단합과 결속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동대신문은 동국 가족들에게 보내는 ‘총장의 편지’를 특별 기고 형식으로 게재한다.
편집자

존경하는 교수님들에게
아카시아 꽃향기의 길을 따라 신록의 계절이 왔습니다. 천지간에 푸릇한 생명이 다시 솟아오르는 장관을 보고 있으려니 어려서 읽은 당나라 시인 유희이(劉希夷)의 시구가 떠오릅니다. “해가 가고 해가 가도 꽃은 서로 비슷하건만 해가 가고 해가 가니 사람은 같지 않구나.” 신록을 마주하면 세월의 덧없음이 한층 더해서 예사롭지 않게 들리는 구절입니다. 영국시인 워즈워드는 사라진 초원의 빛을 노래하는 가운데 “다시는 그것이 돌아오지 않는다 해도 서러워 말지어다”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권고합니다. “차라리 그 속 깊이 간직한 오묘한 힘을 찾으소서”.
생각해보면 제게도 꽃과 초원의 계절이 있었습니다. 촌각을 아껴가며 강의를 준비하고 학생들과 밤을 지새우며 토론하던 초임교수 시절 말입니다. 30년 가까이 봉직한 지금 그 시절의 열정이 시간의 풍상에 적잖이 식었음을 깨닫고 한 가닥 서글픔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총장직을 수행하는 동안 그 초원의 빛이 놀랍게도 제 안팎에서 되살아나는 기쁨을 누리곤 합니다. 불철주야 교육과 연구에 정진하시는 동료 교수님들의 열정 덕택입니다.
저는 지난 30년간의 경험으로 우리 교수님들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여건에서 연구와 교육에 임하고 계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교수님들의 업적이 형편 나은 다른 대학의 교수들의 업적보다 훨씬 많은 고민과 분발 끝에 나온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교수님들의 의욕에 걸맞은 환경을 욕심만큼 빨리 만들어드리지 못하는 것을 늘 안타깝고 송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교수님들이 많은 결핍에도 불구하고 본연의 임무를 다하고 계시는 것처럼 저 역시 많은 제약에도 불구하고 연구와 교육 환경 개선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최근 단행된 연구 업적 및 교육 업적 평가 제도 개선을 불편하게 느끼시는 교수님들이 적지 않은 줄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제도 개선은 연구 능력 및 교육 능력 강화를 위한 제도 변경이 바로 대학의 생존을 결정하고 있는 오늘의 현실에서는 불가피한 것입니다.
자기개혁에 성공한 다른 대학들이 어떻게 제도를 정비했는가를 공정한 마음으로 살펴보시기를 충심으로 부탁드립니다. 저는 또한 교수님들의 업적에 대한 보상이 흡족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도 모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많은 업적을 쌓은 교수님들이 긍지와 보람을 느끼실 만한 보상 제도 개선은 학교 재정 확충을 위한 노력과 함께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우리 대학의 미래는 교수님들의 노력에 달려 있습니다. 전공 분야에 공헌할 새로운 발견에 이르고자 어두운 적막 속에 불을 밝힌 연구실로부터, 모자라는 제자들을 측은히 여겨 열성을 다해 가르치는 강의실로부터 우리 대학의 미래는 환하게 시작됩니다.
교수님들의 열정적인 봉사는 오월의 캠퍼스에 변함없이 신록의 계절이 솟아오르듯이 100년 역사의 우리 대학에 ‘초원의 빛’을 영원히 머물게 하리라 믿습니다.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