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석 동문은 본교 주최로 일년 앞둔 건학 100주년을 빛내기 위해 북극점 등정을 시작했다. 이에 본사에서는 동아닷컴에 협조를 구해 최근의 근황을 전하고자 한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성공기원을 부탁드린다.


▶ 4월 3일 원정 26일째 : “총도 버리자 무거워 죽겠다”
원정대는 하루 두끼만 먹는다. 아침, 저녁으로 텐트에서 ‘정식으로’ 냉동 건조시킨 밥과 국을 끓여먹고 낮엔 그냥 서서 비스킷과 초콜릿바, 여기에 영양음료를 먹는다. 2번. 서서 먹는 이유는 앉는 것 자체가 고통이기 때문이다. / 각자 우선 순위를 정해서 내려놔라. 식량과 연료도 줄인다. 며칠동안 끙끙거리며 끌고 온 식량주머니와 뚜껑을 따지도 않은 휘발유를 내려놓자니 아쉽기 그지없다. 북극 얼음 위에 내려놓는다고 그냥 막 버리는 것은 아니다. 모두 모아 알아보기 쉽게 빨간색 주머니에 담아 최대한 높은 얼음 언덕 위에 올려놓는다. 남극에선 한 원정대가 60년 전에 다른 원정대가 남겨둔 비스킷을 먹고 연명했다는 기록도 있다.

▶ 4월 4일 원정 27일째 : “이렇게 큰 것은 처음 본다”
장장 4시간동안 사방천지를 구분할 수 없는 난빙에서 헤맸다. 4시간의 혈투 끝에 뻥뚤린 얼음 평원이 나타났다. 평평한 얼음판이 아니었다. 북서쪽에서 남동쪽으로 끝이 안보이게 어마어마하게 뻗은 리드가 턱하니 가로막고 있었다. “이렇게 어마어마하게 큰 것은 처음 본다”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짐작컨대 너비가 수십Km는 되는 것 같다. 우리 앞쪽으로 점점 폭이 좁아져서 다행히 조금만 동쪽(오른쪽)으로 가니 한 2km 되는 것 같다.
공포의 고무얼음이 아직은 살아있다. 시험삼아 박대장이 올라서니 휘청휘청거린다. 등골이 오싹하다. “어찌한다?” 살살 그리고 조심조심. 한발 한발. 2km의 고무얼음을 40분이나 걸려 무사히 건넜다.

▶ 4월 5일 원정 28일째 : 여긴 백야
이틀 전부터 GPS는 원정대가 있는 곳을 백야라고 알려주고 있다. 처음 83도에서 출발할 때 해가 오전 7시 29분에 떠서 오후 3시 11분에 내려앉았다. 겨우 7시간 42분. 이게 하루에 28분에서 32분까지 매일 늘어나더니 드디어 해가지지 않는다. 백야가 왔건만 아직 태양의 위력은 바람과 추위에 밀려 힘을 못쓰고 있다. / 썰매가 무거워진 탓에 가볍게(?) 85도를 돌파할 때보다 속에서 땀이 두 배는 더 나오는 것 같다. 이건 그대로 옷 속에서 얼음 덩어리로 변한다. 얼음 갑옷 또 시작이다. 한달 가까이 얼음 위에서 지내다보니 몇 달동안 잘먹고 배에 만들어온 체지방이 다 달아났다. 빵빵하던 옷들이 헐렁해져서 굶주린 북녘동포 비스무레하다.

▶ 4월 6일 원정 29일째 : ‘이번엔 고추장 돼지 불고기’
특별히 비계가 많은 부분을 주문했는데 캐나다에선 목살은 구해볼 수 없다고 한다. 그 맛있는 걸…. 하여간 비계가 가장 많은 부분을 골라 500g씩 6개를 가져왔다. 하나는 물론 85도 때 이미 해치웠고 위스키와 똑같이 5번 먹을 게 남았다. 오늘은 이 돼지고기를 서울에서 공수한 갖은 재료가 다 들어간 볶음 고추장에 넣어 고추장돼지불고기를 했다. 정말 이 고추장 때문에 힘이 나는 것 같다. / 칫솔질은 하냐구요? ‘Never'. 칫솔은 한보따리 준비해왔다. 하지만 이것도 모두 얼어붙어서 입에 집어넣으면 마치 나뭇가지로 그냥 푹푹 찌르는 것 같아 아예 포기했다. 대신 대원들은 자일리톨이 함유된 껌을 하루에 한통씩 나눠가진다. 껌이 양치질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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