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훗날 망망한 고해 속에서도 다시금 연꽃으로 불꽃 속에 피게 하리.’
우리학교 전신인 명진학교 1회 졸업생인 만해 한용운. 그가 다시 돌아왔다. 지난 3일 만해의 미발표 한시‘심우시’가 적힌 10폭짜리 병풍이 80년만에 처음으로 공개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2000년에 타계한 미당 서정주 시인이 생전에 써둔 백주년 기념축시도 지난 1일 공개됐다. 만해 병풍은 우리학교 동문인 정재철 전 장관이 지난 4월 하순 기증한 것이며, 건학 100주년을 기념해 중앙도서관‘동국 백년전’전시회에서 4일부터 31일까지 전시된다.
심우시는‘심우도’를 내용으로 하고 있으며, 사람이 진리를 깨우쳐가는 과정을 목동이 방황하고 있는 소를 찾아가는 모습에 비유하고 있다. 그러므로 심우시는 우리들 본래의 마음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시라고 할 수 있다.
만해의 심우시는 표현면에서 그 비유가 뛰어나고 역동적임을 느낄 수 있으며, 깨달음이 강력한 실천의지로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김상일(국어국문학과)교수는“특히 열 째 수에서 뛰어난 문학적 수사를 살펴 볼 수 있다”며,“단순한 문학작품으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선 만해의 불교관 및 불교적 지향과 연계해서 이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심우시는‘중생과 부처가 다르지 않음’을 강조한 만해의‘십현담주해’의 사상적 지향과 같은 주제사상을 담았다는 점과, 만해 시의 목록에 새로운 10수를 더할 수 있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1919년에 3ㆍ1운동이 일어나자 33인 중의 한분인 한용운 스님 밑에서 우리 학교 학생들은 각지로 나뉘어져 이 일을 이루어냈나니.’
이는 미당 서정주가 1996년 5월에 쓴‘동국대학교 개교 100주년을 앞두고’라는 제목의 백주년 기념 축시 중 일부이다. 축시에는 미당의 모교사랑과 역사의식이 담겨 있으며 만해 한용운 선생에 대한 흠모와 모교의 발전을 기원하는 내용 등도 포함돼 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미당에게 이 시를 부탁했던 홍기삼 총장은“미리 100주년 축시를 부탁드리면서 면구스러웠다”며“미당 선생은 100주년을 맞아 써도 될 텐데 벌써 청탁한다며 호쾌하게 웃으셨고, 흔쾌히 응해주셨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동안은 원고지 5장 분량의 축시를 워드 작업하여 출력 후 함께 봉인하여 중앙도서관 내 국보급 도서 보관실인 귀중본 자료실에 보관해 왔다. 또한 올 가을 타임캡슐에 넣은 뒤 100년 뒤인 2106년에 재공개할 예정이다.
동국이 배출한 문인의 정점에 서 있는 한용운과 서정주. 그들의 빼어난 문학 작품이 공개된 것은 비단 동국인들의 기쁨으로만 그치지 않을 것이다. 만해 한용운과 미당 서정주의 숨결이 작품과 더불어 오래도록 동악에 머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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