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가 북적인다. 여느 때보다도 활기찬 모습의 대학로 한 소극장. 70여석 되는 좌석이 사람들로 어느새 빼곡히 들어찼다. 어둑어둑한 가운데 정적을 깨고 배우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능청스럽고 재치 있는 그 입담에 관객들의 시선이 일제히 무대를 향했다.
대학로 일대의 29개 소극장들이 ‘세계 연극의 날’(27일)을 기념해 지난 28일 무료공연을 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연극협회의 한 관계자는 “연극이 관객에 좀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기회로 삼고자 한다”며 “전반적으로 침체된 대학로로 관객들의 발걸음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반면 연극인 유순웅 씨는 이번 행사가 “관심은 유도할 수 있겠지만 오히려 저렴하게라도 유료관람문화를 정착시키는 편이 나을 것”이라며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촉구했다.
이번 무료공연은 취지에 어느 정도 부응했으나 몇 가지 문제점이 지적된다. 먼저 주최 측은 사전에 좋은 공연 안내소에서 선착순으로 티켓을 교부했는데 진행상의 문제가 있었다. 천정혜 씨(21)는 “일찍부터 사람들이 몰리는 바람에 시간이 지연되고 선택권이 없었으며 지나치게 빨리 마감되고 말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시각차로 200여개 극단 중 불과 30여개 극단만 참여한 점 역시 되짚어 보아야 한다.
공연예술의 메카이자 젊음과 낭만을 지향하는 대학로. 오래전부터 대학로는 소극장이 즐비한 연극의 상징이자 문화의 거리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점차 대학로에서 문화가 밀려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연극연출가 송윤석 씨는 “현재의 대학로는 순수연극과 상업연극이 전쟁 중”이라며 상업화에 찌든 대학로의 세태를 꼬집었다. 자본력이 뒷받침된 대규모 극장들과 개그 공연 전용 극장의 관객몰이는 기존의 극단들이 설 자리마저 앗아가고 있다.
소극장 대관료 상승과 유료관객 감소도 영세극단들이 재정난에 허덕이게 하는 요인이다. 연극인들은 대관료와 인건비에 비해 수입이 지나치게 적기 때문에 빚을 떠 앉는 경우가 다반사다. 오죽하면 항간에는 ‘소극장 주인들이 돈을 다 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한편, 공연관람료 일부를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지원하는 ‘사랑티켓’ 제도와 ‘예매할인제도’등은 관객층 수를 끌어올리는 데는 기여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한다. 이에 단순한 양적 증가보다는 실질적인 유료관객의 확보가 절실히 필요하다. 영화인 하하나 씨는 “공연은 으레 무료로 관람하는 것이라 여기는 관객층의 문화의식부족”은 “관객 수와 수입이 비례 안하는 빛 좋은 개살구 격”이라고 지적했다.
앞으로 각 극단들은 차별화된 홍보와 이벤트 마련에 힘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소극장만의 이점인 현장감과 거리감을 살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실제로 임기수 씨(26)는 “다양한 관객 참여를 유도하는 점이 인상적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대학로가 다시 적막해졌다. 관객들을 숨죽이게 하고 때로는 호탕하게 웃게 만든 연극이 막을 내렸다. 어둠너머로, 장시간 배우가 보여준 진솔하고도 열정적인 모습 너머로, 관객들은 희망을 찾는다.
대학로가 한창 ‘잘 나갔다’던 90년대 초반의 활기찬 분위기를 하루 빨리 되찾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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