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일류 문화도시, 서울’, 올해 서울시 문화시책의 목표이다. 2002년 시장 취임 이후, 이명박 시장은 청계천복원사업을 시작으로 시청 앞 광장조성, 하이서울 페스티벌 개최, 서울문화재단 설립 등 전 영역에 걸쳐 ‘문화도시, 서울’을 조성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해왔다. 그리고 얼마 전 인터뷰를 통해 남은 임기 동안 문화정책에 주력할 것이며 ‘문화시장’으로 남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지난 10월 1일 청계천이 개장되면서 이명박 시장은 ‘문화시장’으로 자리매김한 듯 보이며 ‘문화도시, 서울’은 그 전망이 한층 맑아진 듯 하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각 사업에 대한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의 문화정책이 시민들의 문화욕구 및 문화향수 실태를 반영하지 못한 채 대형시설 확충과 일회성 행사위주로 편중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문가 및 시민의 의견수렴 과정 없이 행정전반이 비민주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9월, 문화연대는 이명박 시장 취임 이후, 3년간의 서울시 문화정책을 평가하고 향후 시정운영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문화 관련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이 글에서는 지난 설문조사 결과를 참고삼아 서울시 문화정책의 문제점 및 나아갈 방향을 간략하게 제시해보고자 한다.
현재 서울시는 노들섬 예술센터 건립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업은 여러모로 이명박식 문화행정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신년 초 이명박 시장의 언론인터뷰를 통해 처음 확인된 예술센터 건립사업은 전면 재검토가 요구될 정도로 갖가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는데 사업 타당성조사 용역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부지를 매입하고, 노들섬 옹벽철거 비용 2,900억원을 추가경정예산에 슬쩍 편성하더니 곧 철거공사에 착수했을 뿐만 아니라 5,000억원에 달하는 기금 조례안을 통과시키는 등 이명박식 행정의 ‘결정판’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이 사업의 필요성과 관련해서 전문가 대다수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는데 전문가 설문에 응한 이 중 77%가 예술센터 건립이 필요치 않다고 답했으며 그 이유로 ‘시민들의 문화적 수요 및 문화향수 실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사업’(51.9%)을 꼽았다. 한편 서울시는 이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전문가, 시민대상의 공청회를 단 한 번도 거치지 않았다.
그런데 불행히도 이는 비단 노들섬 예술센터 건립사업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서울시 문화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규모와 정치적·시각적 효과에 집착한 나머지 정작 서울에 필요한 문화정책을 펼치지 못하고 있는 점이라 하겠다. 정치적·시각적 효과에 대한 집착은 시민의 의견수렴 없는 ‘밀어붙이기’식 사업추진으로 이어지고 있기도 하다. 이에 시민의 일상에 스며드는, 그리고 무엇보다 문화예술을 창작하고 향유하는 시민을 우선 고려하는 문화정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하겠다.
서울 한복판에 개장된 청계천 덕분에 이명박 시장은 그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을지 모르나 청계천에는 장애인이 없다. 서울시민인 장애인의 보행권·문화권이 없고, 또한 청계천 상인의 생존권이 파묻혀버렸다. 그리고 문화재전문가, 환경전문가의 견해가 묵살됐다. 전문가 및 시민의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고, 시민의 일상과 괴리된 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한다면 그러니까 현재와 같이 서울시 문화행정 전반에 ‘시민’이 없다면, ‘문화도시, 서울’은 흐림이다.

박 보 경
문화연대 문화개혁센터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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