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부터 조용히 서점가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소설이 있다. 최인호의 ‘유림’. 나는 중학교에 다닐 때 최인호란 작가의 소설을 처음 접했다. 처음 대중소설을 읽어본 것이 ‘우리들의 시대’였는데, 고등학생들의 우정과 사랑, 당시 최고의 관심사였던 대학진학 문제들이 유머러스하고 진솔하게 그려져 있어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난다.
최인호는 다양한 기록의 보유자로 유명하다. 18세 때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벽구멍으로’로 당선작 없는 가작입선을 했을 때, 수상식장에 나타난 교복 차림의 최인호를 보고서야 그가 고등학생임을 안 신문사 측은 그의 이름만 내고 작품은 게재하지 않았는데 한국일보 화재 때 작품이 소실되고 말았다고 한다. 이 외에도 최연소 신문연재 작가, 가장 많은 작품이 영화화 된 작가, 하다 못해 책표지에 작가의 얼굴이 실린 최초의 작가라는 기록도 가지고 있다.
‘별들의 고향’은 최인호의 첫 번째 베스트셀러였다. 조선일보에 연재됐던 그 소설의 영향으로 당시 술집아가씨들의 이름 중 가장 흔한 이름이 소설의 여주인공 ‘경아’였으며, 그 시대 남성들의 여인상이었다고 한다.
당시 젊은이의 감수성과 고뇌를 경쾌한 필치로 그려내 열광을 한 몸에 받았지만 한편에서는 베스트셀러 작가, 통속작가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내가 그의 소설을 읽으며 받는 이미지는 전편에 흐르는 따뜻함과 또 그에 대비되는 음울함이다. 이 두 상반된 느낌의 조화가 구어체로 가벼운 대화 속에서 묘한 슬픔을 자아내게 한다. 그의 주인공들은 절망의 진흙탕 속에서 괴로워할 때도 그 본질의 맑음이 혼탁해지지 않는다. 또한 행복에 잠겨있을 때도 그늘이 걷히지 않는다.
영원한 젊은이, 만년 청년이라던 그가 어느덧 회갑의 나이가 되었다니 세월의 흐름을 실감하게 된다. 격세지감. 지금시점에서 그의 소설들을 읽는다면 오히려 고리타분할지도 모르겠지만, 그 시대의 문화를 지금의 잣대로 평가한다면 그것은 대단히 불공평한 처사이다. 규제와 단속으로 점철된 시대, 물질적인 모든 것이 지금보다 부족하고 모자랐던 시대.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청춘의 꿈은 오히려 더 빛났던 것이 아닐까.
나는 그의 글을 읽으며 느껴지는 따뜻함을 좋아한다. 특히 자전적 연작소설 ‘가족’을 읽어보면 스케치처럼 가벼운 터치로 묘사한 가족들에 대한 깊은 애정이 느껴져 절로 웃음 짓는다. 부인은 ‘별들의 고향’의 경아의 모델이었고, ‘겨울 나그네’의 여주인공은 딸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또 아들 도단을 주인공으로 하여 ‘도단이의 모험’이라는 철학동화를 쓰기도 했다.
자신의 가족을 모델로 작품을 쓰지 않는다고 해서 그 작가가 가족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렇게 가족에 대한 사랑을 드러나게 표현하는 것도 재능의 하나라고 본다. 조금은 부럽다는 생각도 들면서. 하지만 그의 소설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간단하다. 재미있으니까!




동연제 평가
함께 만드는 동연제 돼야

2005 동연제가 지난 27일부터 이틀간 열렸다. 이번 축제는 예년에 비해 참가자가 적어 전반적으로 한산한 모습을 보여 아쉬웠다는 평가다. 그러나 올해 동아리연합회(이하 동연)가 부재하는 어려운 환경에서 비상대책위원회(회장=권은영·영문4, 이하 비대위)가 진행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예년의 규모를 유지하려 노력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이번 동연제는 앞으로 결성되는 동연활동에 활력을 불어넣고 3천 동아리인의 발구름판이 되겠다는 의미에서 ‘발구름’을 모토로 개최됐다.
행사는 △27일=아름다운 가게, 자연과학동아리의 천체망원경과 관측사진 전시 △28일=영화제, 개인·단체 림보대회와 단체줄넘기 등 체육대회, 폐막제 △27, 28일=기우회의 바둑대회로 진행됐다.
특히 이번 동연제는 일반학생들을 참여시키려는 노력이 두드러졌다. 28일 팔정도의 개인 림보전에는 예년과 달리 동아리에 소속되지 않은 학생들도 참가할 수 있었다. 또한 폐막제 공연을 보러 온 모든 학생들에게 맥주와 기념품을 제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반 학생들의 참여율이 여전히 부진했던 점은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개인 림보전 참가자는 그 자리에 있던 동아리 소속 학생들이 대부분이었고, 같은 날 폐막제 때에는 200여석의 좌석이 반도 차지 않아 폐막제 참가 공연동아리들만의 가족잔치 같은 분위기가 형성됐다. 동연제를 관람한 김남호(수학4) 군은 “지난 해에 비해 동연제를 홍보하는 포스터나 대자보를 보기 힘들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특히, 대다수 동아리들의 참여 부족은 큰 문제점이다. 뭉게구름 등 6개 동아리의 폐막제공연과 학술 1분과의 주점을 제외하면 타 동아리들의 참여는 전무하다시피 했다. 또한 각 동아리의 활동 내용을 보여주는 활동사진 전시가 소규모로 단시간 진행된 것도 아쉬운 점이다.
이와 관련해 권은영 비대위원장은 “예정과 다른 시험일정과 각 동아리들의 정기행사 및 대외활동 일정이 동연제와 겹쳐 참여가 부진했던 것 같다”며 이에 대한 대안으로 “내년에는 일찍 기획해 일정을 9월 말 정도로 앞당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연제는 동아리에 소속된 학생들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을 이어주는 중요한 연결고리이자 학생들이 자치적으로 기획·개최하는 의미 있는 문화행사이다. 때문에 학내 주요 행사 중의 하나인 동연제가 그 자리를 잃지 않기 위해서는 동아리와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이뤄져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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