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앞에는 지금 사다리가 놓여 있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보자.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니 새하얀 판자에 깨알 같은 글씨로 무엇인가가 쓰여 있다. 하지만 글씨는 너무나 작아서 보이질 않는다. 다행히도 판자에 돋보기가 달려있어 당신은 돋보기를 들어 그 글을 볼 수 있다. YES! 그렇다. 당신이 본 것은 긍정(YES)이다.
그룹 비틀즈의 존 레논의 아내로 더욱 유명한, 그래서 존 레논의 표현대로 “너무나 유명했던 무명작가”인 오노 요코. 실제로 그녀는 서구 플럭서스 운동의 형성기에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며, 미술·음악·영화·퍼포먼스 등 장르를 막론한 전위 예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20세기 예술계의 뮤즈였다. 또한 반전과 평화를 주창하며, 작품을 통해 끊임없이 신뢰를 바탕으로 한 인간관계와 긍정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해 왔다.
오노의 작업은 플럭서스 예술의 틀을 넘어서 작품을 통해 작가와 관람자의 긴밀한 교감을 꾀한다는 데 그 핵심이 있다. 이제는 상징적인 퍼포먼스 작품으로 기억되는 ‘자르기 Cut Piece’에서 오노는 40여 분 정도 시종일관 무표정한 가면을 쓴 듯한 얼굴로 무대 위에 앉아 관객들을 무대 위로 불러 그녀의 옷을 잘라버리도록 하였다. ‘자르기’는 관객이 지켜보면서 느낄 수 있는 자아의 고통스러움을 표현한다. 또한 그것은 개인과 사회, 자아와 성, 소외와 연결을 묶으며, 일상적으로 행해지나 아무도 그 심각성을 모르는 폭력에 대한 그녀의 사회적 논평이기도 하다. 동시에 ‘자르기’를 보는 관객은 각기 다른 반응을 나타낸다. 그것은 개인의 경험이라는 구체성에 바탕을 둔 작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노의 모든 작업은 그녀가 추구하는, 관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한다.
커뮤니케이션을 인간의 의식을 넓히는 끊임없는 과정이라 한다면 오노 요코와의 커뮤니케이션은 분명히 즐겁고, 재치 있으나 가볍지만은 않은 커뮤니케이션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예술을 통해 보여준 것은 세상에 대한 희망과 긍정(YES)이라는 메시지이다. 그렇기에 그녀와의 대화를 위해서라면 나는 기꺼이 차를 끓이고, 그녀와 함께 의자에 앉을 것이다. “그래도 한번 살아볼만한 세상 아닌가?”라고 중얼거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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