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파리, 오스트리아의 빈,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등 유럽 곳곳의 도시에서는 살아있는 역사와 문화예술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도 무분별한 도시개발보다 ‘문화도시’를 조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청계천 복원사업,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 전략 등이 그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23일 연세대학교 미디어아트연구소는 세계 주요 문화도시의 프로그램과 정책을 듣고, 우리나라의 바람직한 문화도시정책을 수립해보는 자리인 ‘국제문화예술포럼’을 개최했다.
이 날 포럼은 먼저 서울·파리·바르셀로나·광주의 문화도시 정책 발표로 시작됐다. 각각의 주제와 발표자는 △문화도시 서울 추진전략과 방안=권영길(서울시 문화국장) △백야:공적공간에서의 소멸적 이벤트=아미바락(파리시청 예술국장) △바르셀로나:21세기를 위한 문화모델=델핀 꼴로메(주한 스페인 대사)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비전, 컨셉 그리고 전략=이영진(문화관광부 문화중심도시조성 추진기획단 본부장)으로 구성됐다. 이어서 열린 토론에는 발제자들과 더불어 연극연출가 김정옥 씨, 연세대 민선주(건축공학) 교수, 단국대 조명래(도시·지역계획학) 교수, 허정아 연세대 미디어아트연구소 전문연구원 등이 참여했다.
포럼에서 다뤄진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서울시 문화정책은 도시에서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다양한 문화를 향유하는 데에 목표를 두고 있다. 단순한 시설의 증축이 아닌, 내용과 사람을 중요시 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와 관련해 권영길 문화국장은 “서울만의 특성을 갖고, 인간 중심의 철학과 가치를 중심으로 하는 휴머니즘 도시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는 오는 2023년까지 △아시아문화교류센터 △문화연구원 △영상관 △공연장 등을 구축해 도시 전체가 문화의 생산과 유통, 소비, 창조를 주요 원동력으로 삼는 문화도시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이에 대해 김정옥 씨는 “광주라는 행정지역뿐만 아니라 주변지역까지 아우르자”는 제안을 했다.
포럼에서 소개된 유럽 두 도시의 문화정책은 우리 도시정책을 보완·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아미바락 국장은 “단 하룻밤동안 파리 곳곳의 야외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는 ‘백야’는 도시공간 속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 파리의 모든 예술 활동을 보여주는 행사”라고 소개했다.
특히 “예술가를 친구로 받아들이고, 모든 예술가의 특성과 개성을 존중한다”는 정책은 우리도 지향해야 할 특징으로 주목받았다.
또한 델핀 꼴로메 대사는 “정부가 ‘문화는 지출이 아니라 투자’를 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광주 계획은 아시아 내 문화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공간으로 긍정적”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한편 정책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조명래 교수는 “정부 중심보다 수용자 중심의 문화도시계획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정책에 진정성이 와 닿도록 ‘문화민주주의’를 표방해야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민선주 교수도 “역사와 민족의 당대 특성을 보여주는 시설물은 보존해야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5시간동안 계속된 이날 포럼은 우리나라 문화도시 조성사업 실무진들이 참가해 더욱 긍정적이었다.
앞으로는 정부차원에서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이러한 논의자리를 자주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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